17일 16명이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 야외 공연장 사고는 환풍구 부실시공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가 난 환기구는 덮개가 13개였다. 반면 이를 지탱해주는 받침대는 부실했다. 가운데에 설치된 받침대는 한 개밖에 없었고 이마저도 휘어버릴 만큼 하중을 견디지 못할 만큼 약했다.

또 환풍구 옆에 설치돼 덮개를 걸치는 부분은 볼트로 고정된 ㄱ자 모양의 고리만 설치됐다. 일반적인 덮개 고정 고리는 밑부분에 콘크리트로 채워올라온 위에 고리를 고정시켜 덮개를 받지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풍구가 부실시공된 것이라며 이것이 사고를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이날 행사에는 안전요원이 배치돼 환풍구 위에 올라서는 것을 제지하지 않았다. 목격자들은 안전요원이 무대 주변에만 배치됐고 환풍구 주변에는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행사 사회자가 공연 시작 전 환풍구 위에 올라서지 말라는 주의를 수차례 했지만 관람객들은 이 말을 듣지 않은 채 조금더 잘보이는 환풍구 위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았지만 공연은 그대로 시작됐다.

경기경찰청은 분당경찰서에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안전 수칙 준수 여부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 서울 전체 환풍구 5천2백개 위험널려, 법규정은 달랑 '주차장 환풍구 견고하게' 한 줄 = 이런 가운데 1000만 시민이 사는 수도 서울은 어떨까.

서울은 지하철 노선과 역이 많고 대형 빌딩과 주차장 시설이 많다. 그만큼 도심 곳곳에 환풍구가 널려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전체에 설치된 환풍구는 총 5200여개에 달한다.

지하철이 지나는 곳곳에 설치된 환풍구는 특별히 구분되지 않는다. 겨우 높이 10cm 정도에 불과해 보행자들이 수없이 환풍구 철제 덮개위를 밟고 지나다닌다.

지하철 환풍구가 인도위에 설치돼 위험요소다. 덮개가 휘어진 것이 부지기수지만 관리는 되지 않고 있다.

관리를 맡고 있는 지하철공사나 도시철도공사는 환풍구 청소를 하는 것이 고작이고 보행자 안전을 위한 덮개 관리는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다. 

이번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사고는 법제도 미비로 인한 인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환풍구 관련 법규정은 미비한 상황이다. 주차장 환풍구는 건축물 설비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따르도록 돼있는데 "도로면으로부터 2m 이상 높이에 설치하고 배기구 떨어지지 않게 견고하게 하라"는 내용이 전부다.

반면 지하철 환풍구는 토목시설물 기준에 따르기 때문에 설계 기준이 차이가 난다. 지하철 환풍구는 10m 깊이에서 꺽인다. 반면 주차장 환기구는 수직으로 돼있어 이번처럼 사고가 날 경우 곧바로 바닥으로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