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기념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건넨 '언제 한 번 봐야죠'라는 의례적인 인사말이 청와대가 '영수회담 을 제의한 것으로 발표되면서 민주당이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2일 청와대가 이 대통령의 "언제 한 번 만나자"고 건넨 의례적인 인사말을 포장·왜곡 해 '언론플레이'를 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 대통령이) 진정 원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이 대통령이 '소통을 안 한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우리도 소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그렇게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3.1절 기념식 대기실에서 잠시 대통령을 만난 상황이 숨 쉬는 것까지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나갔다"며 "이 대통령은 나한테 하라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통 크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아무리 대통령이지만 제1야당 대표에게 그렇게 진정성과 예의 없이 하는 것은 금도가 아니다"며 "청와대 비서실에서도 대통령을 잘 모셔야 한다. 언론플레이 갖고 놀아날 민주당도, 속을 국민도 아니다"고 가세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TV 앞에서 야당 대표를 안하무인으로 조롱하는 말"이라며 "민주당은 영수회담을 하자고 안달하거나 애걸복걸한 적 없다"고 날을 세웠다.

차 영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언제 한 번 보자'는 지나가는 말이었던 만큼 전혀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며 "청와대는 민주당과 상의를 했다지만 도대체 누구랑 상의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민주당의 격앙된 반응은 말만 많다가 흐지부지돼 자존심만 상처난 것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영수회담에 연연해 끌려가는 모양새는 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앞서 손 대표는 이미 지난달 13일 2월 임시국회 등원을 결정하면서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 등원한다고 선을 긋고 영수회담은 거부한 바 있다.

그는 "기꺼이 마주 앉아 국민의 뜻을 전하려 했지만 정부는 야당과의 대화조차 꺼린다"며 "'날치기 국회'에 대해 유감표명 한 마디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웠느냐"고 힐난했다.

민주당이 요구해 온 '예산안날치기'에 대한 대통령의 유감표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에서 영수회담을 진행해 봤자 실익이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손 대표와 만나 "언제 한 번 봐야죠"라고 말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