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이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을 예고없이 찾아간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정가에서는 비대위 구성에서 비노계가 배제된 상황에서 쇄신파인 정 고문이 친노강경파와 대립하고 있는 비노세력 결집에 본격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손 전 고문은 7.30 재보궐선거 패배 직후 정계은퇴를 밝힌 뒤 낙향해 전남 강진의 한 토굴에서 은거하고 있다.

정 고문의 손 전 고문 방문은 친노그룹 좌장 문재인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준비하며 싱크탱크 조직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나온 것이다.

특히 당내 비노(비노무현) 진영이 비대위원회에서 배제되면서 범친노(친노무현) 진영과 비노 진영이 대립하는 시점에 이뤄진 전격적인 방문이어 당내안팎에 주목을 끌고 있다.

당시 통화에서 정 고문은 "현실 정치에서 손 고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며 "귀양 중 저술로 여생을 마친 다산 정약용 선생과 달리 현실에서도 승리하길 원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고문에 정계복귀를 우회적으로 요청하는 동시에 러브콜을 보낸 것이란 관측이다.

정 고문은 "당의 요청에 따라 사지에 출마한 손 고문의 낙선은 당의 패배이지 개인이 짊어질 몫이 아니다"며 "손 고문은 하루빨리 돌아와서 같이 협력하고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눈이 올 무렵 다시 강진을 찾을 생각"이라고 말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관련 손 전 고문 측은 정가의 관측에 선을 그었다.

손 전 고문 측은 "손 고문은 정계은퇴한 분"이라며 "일절 정치 얘기는 하지 않고 있으며, 이런 입장은 확고하다"고 정계복귀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 고문의 강진행을 놓고 당 안팎에선 그의 최근 광폭 행보와 연관지어 보는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 고문은 최근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가까운 온건 중도개혁 성향의 원내외 그룹과 함께 '구당구국'이란 모임 결성을 주도했다.

정대철 상임고문은 "당의 혁신이 먼저"라면서도 신당 창당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친노 강경파의 대척점에 선 비노 그룹이 손 고문의 합류를 기폭제로 삼아 본격적인 세력화를 도모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 고문은 언론에 나와 새정치연합 대신 '민주당'이란 당명을 사용했다. 그러면서 "특정계파의 사당화를 막는 게 최고의 혁신이다. 구당모임은 이를 위한 '신쇄신모임'"이라고 규정하고 나서 비노에 맞선 정치세력화 가능성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