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 폭행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세월호 희생자가족대책위원회 김병권 전 대책위원장 등 유가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이들은 불구속 상태에서 경찰 조사를 받게됐다. 영장기각으로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전망이다.

김현 의원까지 추가 고소한 대리기사 변호인 측은 "세월호 유가족이라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불만섞인 반응을 드러냈다.

서울남부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판사는 2일 저녁 9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혐의(공동상해)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전 위원장과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 한상철 전 대외협력분과 부위원장에 대해 신청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조 판사는 이날 오전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와 피의자들의 주거, 생활환경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영장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 등 세월호 유가족 3명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기 위해 오전 10시쯤 남부지법에 출석했다.

이들은 법정에서 영장 청구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 해명하고 폐쇄회로(CC)TV나 목격자들의 증언이 확보돼 있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김 전 위원장 등 3명은 입감돼 있던 영등포경찰서 유치장에서 이날 밤 10시30분쯤 석방돼 귀가했다. 이들은 앞으로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게 된다.

김형기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전 수석부위원장은 석방 직후 경찰서 현관에서 "법원 결정에 대해서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하며 앞으로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세사람은 쌍방폭행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수사 진행 중이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고 대리기사를 찾아가 사과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 대신 김병권 전 위원장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은 경기도 안산 집으로 향할 예정이며 "쉬고싶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차에 탔다.

법률대리인 양홍석 변호사는 "법원의 신중한 판단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니까 수사와 재판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장기각 소식에 대리기사 측은 불만을 나타냈다.
대리기사 법률대리인인 차기환 변호사는 "여러명이 한 명을 집단구타했고 국회의원의 위세와 세월호유가족들의 사회적 권력을 이용해 불법적으로 행동하고 수사에 영향 미치려고 한점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결정으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기수 변호사도 "세월호 유족들이라는 점을 좀 고려해준 것같다"며 "그리고 영장 기각보다 현재 범행을 완전 부인하고 있는 김현 의원 출석·대질조사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과 검찰은 각각 29일과 30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청구했다.

경찰과 검찰은 김 전 위원장 등을 구속해야 하는 이유로 "대리기사 및 신고자에게 일방적 폭행을 가한 사안의 중대성"과 "피의자들이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등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기 때문" 등을 들었었다.

앞서 김병권 전 위원장 등 세월호 유가족 5명은 지난달 17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김현 의원과 술을 마신 뒤 대리기사 이씨, 행인 등을 때린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