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의 묘지에서 훔친 문화재급 지석 수백점을 빼돌려 갖고 보관하고 있던 한 사립 박물관장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문화재청은 지석을 사들여 개인수장고에 보관해온 사립박물관장 권모(73)씨등 4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558점의 지석을 회수했다고 28일 밝혔다.

지석(誌石)은 죽은 이의 인적 사항, 생전 행적 등을 기록해 무덤 앞에 묻어 놓은 석판이나 도자기판으로, 묻힌 이의 생전활동과 당시 사회상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 가치가 있다.

경찰에 따르면 권씨는 2003년부터 업자들로부터 두차례에 걸쳐 지석 379점을 3300만원에 구입하고 다른 업자로부터 179점을 추가로 사들여 적발될 때까지 도굴문화재를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화재청은 “회수된 지석은 조선 전 시기에 걸쳐 제작된 데다, 형태·재료도 다양하고, 지석 내용 중 새로운 사실들도 일부 확인되고 있어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회수된 지석에는 경기 성남시 이종린 분묘 등에서 도굴된 지석 중에는 실학선구자로 <지봉유설>을 펴낸 이수광이 한석봉체로 쓴 박린(1547~1625) 지석, 무오사화를 주도한 훈구세력의 핵심인물 유자광이 쓴 김극뉴(1436~1496) 지석, 38점이나 회수된 인경왕후의 오빠인 김진규(1658~1716) 지석 등 문화재급이 포함됐다.

지석을 도굴당한 후손들은 모르고 있다. 조선 중기 문신 오희문 선생 후손인 오동환씨는 "통 모르고 있었다, 도굴당했다는 사실을. 경찰 당국에서 연락이 와서 비로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권씨는 서울시에서 매년 수천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장물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장보은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지능팀장은 ""박물관 관장 권 모 씨는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러한 지석은 땅속에 매장된 문화재이기 때문에 피의자가 그러한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압수된 지석은 확인 절차를 거쳐 피해 종중에 돌려주기로 했다.  주인을 찾지못하는 경우 국고에 귀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