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무죄 판결을 비판한 현직 부장판사에 대해 법원이 징계를 청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원 전 국정원장 무죄판결에 대해 법원 내부는 물론 법조계와 시민단체 등에서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현직판사의 비판이 나오면서 파장이 적지 않았던 상황에서 나온 징계청구 결정도 적지않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방법원(법원장 성낙송)은 26일 성남지원 김동진 전 부장판사에 대해 대법원에 징계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수원지법은 이날 오후 "사유는 법관윤리강령 위반으로 인한 품위 손상 및 법원 위신 저하"를 이유로 징계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징계 청구권자인 성낙송 법원장은 25일 성남지원 소속인 김 부장판사를 수원지법 본원으 불러 글을 올리게 된 배경과 이유 등을 듣고 이날 징계를 결정했다.

법관에 대한 징계는 법관징계법에 따라 대법원장, 대법원 행정처장, 관할 법원장 등이 결정할 수 있지만 관행상 관할 법원장이 직접 징계를 결정하는 사례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관할 법원장이 대법원에 징계를 청구하면 대법원이 외부인사 등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앞서 김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법원 내부 게시판 코트넷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제목으로 장문의 비판 글을 게시했다.

김 판사는 "국정원이 대선에 불법 개입한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서울중앙지법의 국정원 댓글 사건 판결은 '지록위마(指鹿爲馬)의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이어 "이 판결은 정의를 위한 판결인가, 아니면 재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심사를 목전에 두고 입신영달을 위해 사심을 담아 쓴 판결인가. 나는 후자라 생각한다"고 출세를 위한 목적으로 나온 판결이라고 혹평했다.

대법원은 이 글이 게시된 지 몇 시간 만에 직권으로 삭제 조치했다.
김 부장판사는 2012년 횡성한우 원산지 표기와 관련한 대법원의 판결을 교조주의에 빠진 판결이라고 공개적으로 정면 비판했다가 법원장 서면경고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원 전 국정원장에 대해 정치에 관여한 점은 인정되지만, 대선에 개입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국정원 심리전단이 사이버 공간에 정부·여당을 옹호하고 야당과 야당 대선 후보를 비방하며 올린 글들이 국정원법이 금지한 정치관여 행위이지만 선거에 개입한 것은 아니라고 판결해 재야 법조계는 물론, 학계와 시민단체, 법원내부에서조차 비판이 적지 않았다.

한편 양승태 대법원장은 최근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법관의 튀는 언행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