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조기통합을 선언한 외환은행이 18일부터 24일까지 금융권 사상 최대규모인 900명에 육박하는 초유의 대규모 징계작업에 나섰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전체 직원의 10%가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한 것은 정상적인 조직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대화를 강조하는 모양새를 취해오다 강경모드로 선회한 것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론스타로부터 하나금융으로 매각 합의(2.17 합의)의 핵심인 5년간 독자경영 보장 합의사항을 깨고 조기통합을 선언하면서 노사갈등의 원인제공자인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오히려 강경대응을 주문했다며 적반하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명분이 약하자 겉으로는 대화를 얘기해오던 것 마저 포기한 채 본색을 드러냈다는 주장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 징계대상자는 898명으로 단일사안과 관련된 징계로는 금융권 사상 최대규모다.

인사위원회도 18일부터 24일까지(20,21일 주말제외) 닷새간 진행된다. 인사위원회 개최일자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역대 다른 은행에서 단일 사안으로 대규모 징계가 이뤄진 경우는 국민은행 65명(2012년 대출서류 임의조작), 우리은행 21명(2009년 파생상품 투자손실) 정도로 100명을 넘지 않았다.

징계 사유는 은행 인사규정과 취업규칙에 근거한 업무지시 거부, 업무 방해, 근무지 무단 이탈 등이라는 게 은행측 설명이다.

이들은 금융노조 파업일인 지난 3일 개최하려다 무산된 임시 조합원 총회에 참석했거나 참석을 위해 근무지를 떠났던 조합원들이다. 외환은행은 대상자들에게 현재 소명서를 받고 있다.

외환은행이 강경대응에 나선 이유는 노조가 명분을 앞세우며 투쟁수위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기에 기세를 꺾지 않으면 안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김한조 은행장이 하나금융 앞잡이라고 규정하고 은행장 퇴진 투쟁으로 수위를 높이며 퇴진투쟁을 본격화할 태세다.

이번 대규모 징계를 계기로 분위기를 다잡고 노조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인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김 행장은 "가만히 덮고 넘어가면 조직의 기강이 무너진다"며 "대다수 직원의 생각은 '노조도 이제 사측과의 협상에 나서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행장은 지난 7월 조기통합 추진을 선언한 이후 김 행장 등 경영진이 노조를 6차례 찾아가고 협의 요청 공문을 16차례 보냈지만 거절됐다.

노조는 협상할 대상이 아니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노조 내부에선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은행측이 강경대응과 징계대상자가 많이 나오면서 불안을 느낀 조합원들이 동요현상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총회 참석을 위한 상경 인원, 즉 징계 대상자가 많은 지방 영업본부를 중심으로 노조에 대한 불만섞인 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외환은행 노조 호남지부는 성명에서 "노조(집행부)는 조합원을 사지로 내몬 데 사과하고, 징계 대상자에 대한 보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부산·경남, 대구·경북, 부산·울산 등 다른 3개 지부도 각각 성명을 내 지회장·분회장직 일괄 사퇴로 불만을 표시했다.

노조는 이에 대해 조합원 총회가 합법적인 조합활동이라며 은행측이 노조활동을 탄압하며 조합원 총회 무산을 위해 인사권을 남용해 협박과 물리적 방해 책동을 일삼아 총회를 무산시켰다고 비난하고 있다.

노조는 이와함께 징계 철회 요구를 하는 한편 경영진을 노동조합활동 방해로 형사고소한다는 방침이다.

김근용 노조위원장은 "경영진은 대화를 원하면 징계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며 "대규모 징계는 노조 파괴 공작으로 규정해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