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에 40년만에 최대폭우가 내리는 등 남부지역에 수해피해가 심각한 가운데 비가 내려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뮤지컬을 관람한 것과 관련 시기의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27일 서울시내 한 공연장에서 뮤지컬 'One Day'를 관람했다. 지난 6일에는 한국 영화 '명량을 관람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비롯해 무용, 연극, 영화,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전공 대학생 및 신진 예술가, 일반인 등 700여명과 함께 관람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이번 공연 관람은 시·공간을 넘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아 온 '견우와 직녀' 스토리를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다양한 장르 간 융·복합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낸 작품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고, 문화예술계를 이끌어 나갈 젊은 예술가들의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격려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문화융성' 국정운영에 맞게 신경을 써야하는 대통령으로서 얼마든지 문화프로그램을 관람할 수 있고 대통령이 그 방면에 관심을 보여주는 것은 문화예술 진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박 대통령이 즐겨쓰는 창조경제 정책과도 연결될 수 있다.

문제는 시기다. 정부가 올해를 문화융성의 해로 정해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해 그만큼 의지를 보여준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 이런 가운데 관피아가 만들어낸 재앙 세월호 참사와 하늘이 내린 재앙 자연재해 앞에 국민의 목숨이 희생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국정최고책임자가 어디에 비중을 둬야할 지는 비상상황을 얼마나 긴박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지를 보여준다.  

이와관련 정국이 엄중한 상황에서 국정최고책임자가 뮤지컬과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참사에서 구조는 고사하고 시신만이라도 돌아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의 기다림속에 10명의 실종자를 찾지도 못하고 사고재발을 막고 책임진상규명을 위해 필수적인 완전한 형태의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정치권과 시민들의 단식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뮤지컬 공연관람일 바로 전날에는 부산과 창원 등에서 물난리로 가족을 잃거나 실종된 상황에서 한가하게 국정을 돌보는 최고책임자로서 취할 행동이냐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김영근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수해까지 발생한 시점에 이뤄진 공연 관람은 어색하고 적절치 않은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45일째 곡기를 끊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를 비롯한 세월호 유가족이 절박한 심정으로 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며 "공연 관람은 유가족에게 '2차 외상'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염치없는 청와대'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공연 관람이 대다수 세월호 유가족에게 염장 지르고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다는 판단은 하지 않았는가"라고 지적했다.

지난 6일 박 대통령이 영화 '명량'을 관람한 사실도 거론했다.

그는 "정국이 어느 때보다 엄중한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달 들어서만 두 번째 공연을 관람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일환이라며 감쌌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매월 마지막 수요일로 정해진 '문화가 있는날'에 이뤄진 일정으로, 젊은 문화예술인이 추구하는 새로운 장르의 융복합 창작 뮤지컬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활동을 비판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박대출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뮤지컬 관람 이유는 융복합형 뮤지컬을 통해 문화융성과 문화산업 진흥을 도모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바로 이것이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두마리 토끼를 잡는 길"이라고 박 대통령을 엄호했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이 챙겨야 할 국정은 안전한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경제살리기, 민생돌보기, 창조경제, 문화융성 등 끝도 없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게 없고, 어느 하나 소홀히 해서도 안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된 뮤지컬 'One Day'는 우리 전통 설화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소재로 연극과 무용, 영화와 뮤지컬을 융·복합시킨 공연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