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경기 수원 병(팔달)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이 31일 오후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손 상임고문의 정계은퇴로 새정치연합은 김포에서 낙선해 정치적 재기에 실패한 김두관 전 경남지사와 함께 두명의 차기 유력대선주자를 잃게됐다. 

손 고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정치를 그만둔다"면서 "저는 이번 7·30 재보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손 고문은 그러면서 "정치에서는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평소 생각"이라며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도 저의 생활 철학이다. 지금은 제가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책임 정치의 자세에서 그렇고, 민주당(새정치연합)과 한국 정치의 변화와 혁신이라는 차원에서 그렇다"고 밝혔다

손 고문은 또 "떳떳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누리는 세상 모두가 소외받지 않고 나누는 세상, 그런 세상 만들려 했던 저의 꿈 이제 접는다"면서 "오늘 이 시간부터 시민의 한사람으로 돌아가 성실하게 생활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정치가 아니더라도 시민으로서 사회에 기여할 많은 방법이 있다"며 "자유로운 시민으로서 어딘가에 나를 묶지 않겠다. 여행하거나 책을 읽고, 잘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p>

그는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드린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저의 정계은퇴를 계기로 새정치연합의 당원과 의원들이 새로운 각오로 혁신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회견장에는 야당 의원 10여명이 침통한 표정으로 회견을 지켜보며 일부는 눈물을 흘렸다.

한편 손 상임고문은 회견 후 박영선 원내대표를 찾아 당의 정비에 애써달라고 당부했다.

이에대해 박 원내대표는 "빈자리가 너무 크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손 상임고문은 "빈자리가 커야 새 물이 들어온다. 새 인재들이 솟구쳐 올라와야 한다"고 답했다.

손 고문의 정계은퇴를 야권의 대권경쟁 구도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혀왔던 손 고문이 은퇴하고 야권의 차기 대권후보 중 한명인 김두관 상임고문도 경기 김포 보궐선거에서 패패했다.

또 이날 오전에는 야권내 차기 대권주자로 지난 3월 창당 이후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을 이끌어왔던 안철수 공동대표가 7·30 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새정치연합은 7.30 재보궐선거에서 손학규 김두관 두명의 대권주자를 한꺼번에 잃었다. 광명에서 정치를 시작한 손 후보에게 당은 구태정치의 하나인 낙하산식 전략공천을 위해 여러곳을 옮겨다니도록 만들어 결국은 희생양이 되는 자충수를 둬 아까운 자원을 잃는 결과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러날 때를 아는 진정한 큰 정치인 손학규는 누구였나? 손 고문은 서강대(정치외교학과) 교수시절인 지난 1993년 정치권에 첫발을 들였다. 경기 광명을 보궐선거에서 민자당 후보로 당선된 뒤 15·16·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김영삼 정부 때는 보건복지부장관을 역임했다. 지난 2002년 6월 경기지사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돼 4년 임기를 마치고 대권도전에 나서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과 경쟁을 벌이던 중 2007년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그가 한나라당을 탈당하기까지에는 민주화운동계의 대부인 오충일 전 통합민주신당의 영향이 컸다. 당시 탈당 결행에는 1987년 전두환 정권의 호헌철폐를 위한 국민행동본부 집행위원장으로 1987년 6.10 민주대항쟁을 이끌었고 이후 1998년에는 외환위기 직후 실업극복국민운동본부장과 언론인(노동일보 전 발행인) 출신인 오충일 목사의 강력한 권고로 이뤄졌다. 오 목사는 이외수 작가 등과 함께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골목의 한 음식점에서 이우재 전 마사회장 등을 불러 탈당을 권했다. 당시 오 목사는 음식점 종업원에게 칼을 가져오도록 해 손 고문 등에게 건네 혈서로 탈당글씨를 쓰도록했고 다음날 탈당 발표가 이뤄졌다. 이후 그는 여당은 물론 야당내 친노세력으로부터 철새정치인이라는 집요한 흠집내기 를 당하면서도 민주인사다운 풍모를 이어갔다. 하지만 야권에서의 정치적 활로는 험로였다. 2007년 17대 대선과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야권의 대권경쟁에 나섰으나 당내 경선에서 정동영, 문재인 후보에게 연이어 패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민주진영의 단결에 큰 밑바탕 역할을 지속했다. 손 고문은 지난 대선에서 전혀 교분이 없었던 안철수, 문재인의 후보단일화 추진의 물꼬가 된 첫 비밀회동에도 오 목사와 함께 다리를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3년 1월부터 9월까지 독일에서 연수하고 귀국한 뒤 정치적 재기를 위해 이번 수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했으나 정치 신인인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에게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