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인 1999년 5월 대구의 한 주택가에서 누군가가 뿌린 황산을 뒤집어쓴 채 발견돼 몸의 40%에 3도 화상을 입은 채 49일간의 투병끝에 패혈증으로 숨진 태완이의 억울한 죽음을 KBS 추적60분이 되집는다.
사건의 범인으로 수사를 받았던 유력한 용의자는 풀려났다.

사건의 단서는 태완이가 황산으로 혀가 굳어 말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더듬더듬 분명하게 얘기한 녹음 300분. 유일한 단서다.

12명의 전문가가 분석한 태완이의 진술

제작진에 따르면 추적60분 제작진은 <한국범죄심리평가원>과 함께 태완이가 남긴 진술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다. 심리학 박사, 아동진술분석 전문가, 경찰대학교 교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12명의 진술분석 전문가들이 분석한 결과 그날의 기억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전문가들은 태완이가 남긴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이 높다는 종합 의견을 내놓았다.

한국범죄심리센터 공정식 교수는 "당시에 진술했던 사람들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비교해서 다시 구성해야 합니다. 시간을 벌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12명의 진술분석 전문가들은 이번 분석을 통해서 사건에 대한 의문점이 더 커졌다고 말한다. 태완이의 증언이 당시 유력한 용의자였던 한 사람의 진술과 많은 부분에서 상충된다는 점을 곳곳에서 확인한 것이다. 경찰은 왜 당시 이 유력한 용의자가 남긴 의문점을 철저하게 수사하지 않았을까.

고 태완군 사건의 공소시효는 7월 7일. 공소시효 만료를 멈출 수 있을까.
목격자도 증거도 없었던 이 사건의 범인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15년간 오직 범인 찾기에 매달려오던 태완이의 엄마는 아들이 죽기 전 병상에서 남긴 녹음 테이프를 다시 꺼내 <추적60분> 제작진에게 건넸다. 태완이는 그날의 사건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남겼을까.

■ 마지막 단서, 태완이의 목소리

태완군의 어머니는 "태완이 말이면 다 된다고, 태완이한테 다 물어보라고 해서, 그러면 범인이 밝혀질 줄 알았다"고 말햇다.

사고 이후 태완이가 죽기 전까지 버틴 시간은 49일. 어머니는 그 시간을 사랑하는 아들에게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끄집어내달라고 애원하며 보냈다.

그리고 태완이가 말하는 모든 이야기를 녹음하고 촬영했다. 심한 화상으로 혀가 굳어 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태완이는 마지막 힘을 다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태완이가 병상에서 진술한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

당시 수사팀 반장은 제작진의 취재에 초동수사가 잘못됐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그는 더이상의 얘기는 거부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 단서는 태완이의 진술뿐. 경찰은 미제사건으로 남겨둘 것인가. 공소시효를 멈춰 태완군 사건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