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어제(27일) 2015년도 최저임금(시급기준)을 7.1%, 370원 올린 5580원으로 결정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 위원 9명, 공익위원 위원 9명으로 구성되는데 그제(26일) 오후 3시부터 이날 새벽 5시까지 회의와 정회를 반복한 끝에 올해보다 7.1%, 금액으로는 370원 인상했다.

전체 노동자의 15%에 이르는  260여만명이 최저임금조차 못받고 있는 현실이다. 이들을 위해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놓은 안이 고작 370원이다.

이렇게 해서 260여만명이 받게 될 내년 최저임금은 월 116만 6,220원(209시간 기준)이다.
이마저도 전날 오후 3시부터 회의를 시작해 날을 새가며 27일 오전 5시까지 회의와 정회를 거듭한 끝에 나온 결론이다.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협상을 위해 위원들이 입장하고 있다.

위원회는 지난 5일 회의를 시작해 4차례나 수정안을 내면서 3주를 넘겨서 결론을 법정시한(29일)에 임박해서야 결론을 맺었다.

260만명, 딸린 식구까지 수백만명의 내년 목숨을 유지하는데 드는 돈 370원을 가지고 1박2일을 흥정한 것이다.

물론 사용자위원들의 반대가 거셌기 때문이다.
결정결과를 보면 전체위원 27명 중 18명이 찬성하고 9명이 기권했다. 사용자측은 370원 인상마저 반대한 것이다.

최저임금 협상을 앞두고 노동계가 26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최저임금인상 쟁취를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 한국노총>

이들은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해묵은 논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늘어놨다.  2007년 이후
무려  7년째 동결타령이다. 2009년에는 금융위기를 핑계로 5.8% 삭감안을 들고나오기도 했다.

최저임금 수준 외국과 비교하면?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2015년 최저임금 월 116만 6220원은 연간소득으로 1399만4640원, 1400만원 수준으로 올해보다 7만 7,330원 늘어난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1인당 평균 연간소득 2만 4,000달러에 크게 미달한다. 2013년 5인이상 상용직 정액급여는 257만7842만원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2013년 OECD 25개 회원국중 한국은 15위로 하위권에 속한다. 룩셈부르크 10.7달러(1위), 네덜란드 9.5달러(5위), 미국 7.1달러(10위) 수준인데 비해 한국은 5.2달러로 15위 수준이다.

최저임금 대비 평균임금을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34%수준으로, OECD 국가 가운데 19위다.(2012년 기준) 뉴질랜드 51%, 프랑스 50%와 큰 차이를 보이고 헝가리(40%)에도 뒤진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선 우리나라가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높다며, 이번 인상폭이 낮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소득 분배 개선이라는 부분하고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보장을 위해서 평균 임금의 50% 수준에 좀 근접할 필요가 있다"며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이인영 장하나 의원이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를 찾아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은수미 의원등은 이날 노동계의 최저임금 동결 사용자 규탄 집회에 참석했다. <사진 은수미의원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1988년 최저임금제가 도입됐다. 갈수록 양극화 심화로 최저임금제는 논란 속에서도 확산되는 추세"라며 "도입취지에 맞도록 최저임금제가 시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질적인 취지에 맞도록 살리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제 결정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생활임금을 기준으로 하는 최저임금을 산정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의 결단과 대선당시 제안한 약속(공약)을 지키라는 촉구도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상향은 대통령 공약, 결단해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지난 27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최저임금제 인상하라고 촉구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2500년 전 공자도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이라 했고, 옛말에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만으로는 살 길이 막막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가장 자살률·노인빈곤률이 높은 현실에 와 있는데도 사용자단체는 8년째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고 분명히 공약했다"며 "박근혜 정권의 공약 이행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이라고 말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도 "최저임금은 400만 노동자들에게 '최고 임금'이 돼 버렸고, 그 최저임금마저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200만명을 넘는 것이 현실"이라며 "박 대통령은 경제성장률·물가인상률·노동소득분배율 등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징벌적 배상제도 등을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만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도 중요하지만 최저임금법을 위반했을 때 처벌조항도 강화되어야 한다"며 "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100만여건이 넘는 위반사례가 속출하고 있지만 재판에 회부된 사례는 얼마 되지 않아 사실상 처벌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사용자측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얘기하기 이전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갑질 횡포와 납품단가 인하 등의 횡포만 없애면 중소기업의 경영사정이 낳아질 것이라며 잘못된 관행부터 바로잡는 게 순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