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전선 최전방 22사단 예하 일반전방소초(GOP) 부대 총기난사 사고로 희생된 병사들의 합동 영결식이 무기한 연기됐다.

21일 발생한 임모 병장의 총기난사로 5명이 숨지고 7명이 희생된 가운데 희생자 5명의 유족들은 2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 있는 조치가 있을 때까지 장례식을 무기한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대국민 호소문 발표를 "사건 처리와 관련해 보여준 국방부와 군의 모습을 보며 슬픔을 넘어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정부 당국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희생자의 사인과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밝힐 것"을 군 당국에 요구했다.

유족들은 "군 당국의 무책임하고 안일한 '병영 관리'를 보면서 임 병장에게도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군 당국의 태만으로 죽어간 우리 아들 뿐만 아니라 임 병장 역시 지키고 보듬어야 할 자식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임 병장의 메모가 비공개된 것과 관련해 "공개에 반대한 적이 없다"며 "국방부가 유족들을 핑계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김관진 국방장관과 오후 3시45분쯤부터 1시간30분 정도 면담을 했다. 전날(25일) 나온 김관진 국방장관의 발언이 발단이 됐다.

유족들은 전날(25일) 나온 김 장관의 발언을 문제삼아 이날 오전부터 장례절차를 중단하고 장관면담을 요구했다.

김 장관은 어제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집단 따돌림이라는 현상이 군에 존재한다. 그러나 원인이 그것뿐 인지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희생 장병이 마치 가해자인 것처럼 말해 사건의 책임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김 장관은 유족들과의 면담에서 "국회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말실수를 해 죄송하다"며 고개 숙여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故) 김모 일병의 유족은 "김 장관의 말은 마치 희생 장병들이 잘못한 것처럼 왜곡될 여지가 있어 바로 잡고자 했다"며 "어제 발언에 대해 김 장관으로부터 사과를 받았다"며 "희생 장병들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키고 진실을 밝히는 진상 규명을 확실히 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장관은 희생 장병에 대한 예우를 포함한 추후 대책을 며칠 내에 마련해 전달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유족들이 장례절차 중단을 결정하면서 이날 진행될 예정이던 염습, 입관 등 영결식 사전 준비절차는 취소됐다.

당초 영결식은 27일 오전 8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육군 제22보병사단장으로 엄수될 예정이었다.

앞서 국방부는 "희생자 유족이 메모 공개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