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간 총 80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통해 탈세및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에 대한 1심 공판이 16일 처음 열렸다.

건강문제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된 조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김종호) 심리로 진행된 재판에 출석해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일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조 회장은 변호인을 통해 자신에게 적용된 ▲특가법상 조세포탈과 ▲특경법상 배임·횡령, ▲상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부인했다.

 
먼저 변호인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일"이라고 규정했다. 
변호인은 이어 "주주와 금융기관, 국민경제에 피해를 주지도 않았으며 회사재산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하지도 않아 다른 대기업의 횡령 범죄와는 성격도 다르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조세포탈의 혐의와 관련해 효성그룹이 부실회사인 효성물산을 합병한 과거의 일을 언급하며 '현재의 잣대로 과거의 일을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변호인은 "효성그룹이 IMF 이후 부실기업인 효성물산을 정리하려 했으나 합병을 했다"며 "정부가 주식회사의 법정관리로 채권금융기관이 피해를 입어 금융회사까지 문을 닫는 것을 막고자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이후 발생한 분식회계에 대해 "부실을 공개해 그룹이 부도나는 것보다 숨기고 피해를 복구하는 선택을 한 것"이라며 "피해가 발생하지도 않았고 이익을 내서 순차적으로 부실을 정리했다"고 강조했다.
 
또 조 회장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주식 거래로 얻은 이득을 감추고 세금을 내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효성그룹 소유의 회사로서 개인회사가 아니라 법인세 부과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조 회장이 차명으로 주식을 보유해 종합소득세와 양도세를 내지 않은 것과 관련 "경영권 방어를 위해 보유한 것으로 조세포탈의 의도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조 회장은 법정에서 혐의와 관련해 "말씀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함께 기소된 장남 조현준 효성그룹 사장(45)도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재판부는 앞으로 매주 월요일 재판을 열 계획이다. 4차례 정도 재판에서는 서증조사가 진행된다.
 
한편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해 분식회게 5,000억원, 탈세 1,500억원, 횡령 590억원, 배임 230억원, 위법배당 500억원 등 8000억원 규모의 특가법상 조세포탈과 특경법상 배임·횡령, 상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조 사장은 사적으로 사용한 신용카드 대금 16억원을 효성 법인자금으로 결제해 횡령하고,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주식을 매매해 세금 110억원을 탈루한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