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는 소시민의 거울상이다. 책임을 다한 사람들은 피해를 보고 결국엔 이기적인 것들은 살아남는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모여있는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과 진도 팽목항에 손으로 직접 쓴 대자보 3장이 난란히 붙었다. 대자보 작성자는 실종된 단원고 학생의 친누나의 친구로 자원봉사중이라고 밝혔다. 

'저는 어쩔 수 없는 어른이 되지 않겠습니다'는 제목으로 시작된 대자보는 "재난사고 어쩔 수 없었다. 아는 게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돈이 많이 들어 어쩔 수 없었다. 지위가 높으신 분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세태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책임을 다한 사람들은 피해를 보고 결국에 이기적인 것들은 살아남았다"며 "이 나라에서 내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는가? 분하고 억울하다"며 선장 등 선박직 승무원과 정부에 대해 비판했다.

두 번째 대자보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이번 사고와 관련해 책임을 묻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거론하며 "수많은 사람의 생명이 달린 직업에 1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게 맞느냐"며 "몇 백 명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직업에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사회를 만든 우리가, 1년 계약직 선장에게 책임에 대해 묻는 것은 책임 전가는 아닌지"라고 비판했다.

이어 마지막 대자보에 "세월 따위로 이 많은 사람 보내려니 마음이 아려온다. 또 내가 참담한 세월을 몇 십년 더 보내려니 착잡한 마음이 끝까지 올라온다. 더 이상의 인명피해 없이 무사귀환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써있다.

이 대자보는 실종된 고교생의 친누나의 친구라로 자원봉사중인 20대여성이 써 붙였다.

이 여성은 대자보를 붙인 직후 몇몇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던 중 다리가 풀린 듯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을 했다. 이 여성은 팽목항에도 같은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

대자보가 게시된 후 실종자 가족들은 정치색 있는 글을 원하지 않는다며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일부에서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실종자 가족들도 '정치색 있는 글'이라고 항의했다.
결국 이 대자보는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서 모두 철거됐다.

이에 대해 "세월호 대자보, 맞는 말만 했는데 왜?" "세월호 대자보, 실종자 가족이 원치 않으면 철거해야 한다"는 반응으로 엇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