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최고의 승진 코스로 불리는 동경지점,  행원들에게 '행장라인만이 갈 수 있는 선망의 대상'에서 '죽음을 부르는 문'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지난해말 불법 부당대출 사건으로 검사를 받던 국민은행 현지직원이  자살한데 이어 비슷한 대출비리 사건이 터진 우리은행 전 도쿄지점장도 비운의 자살을 했기 때문이다.

동경지점이 국내에서는 불가능한 거액의 불법대출이 이뤄져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지 동경지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도쿄에서 일본사회에서 신용도가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재일교포들을 대상으로 제2금융권처럼 '고금리 대출' 영업을 하며 리베이트를 개인적으로 챙기는 등 비리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로 알려져 있다.

KB국민은행	5400억	검찰수사중, 이모 전 도쿄지점장 등 구속, 조사받던 현지직원 자살
우리은행	600억	금융당국 부당대출혐의 포착, 은행자체 검사도 확인, 김 모 전 지점장 자살
기업은행	100억	금융당국 부당대출 혐의 포착, 은행 자체점검서 발견안돼

현지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은 대형 은행에서 대출이 거절된 신용도 낮은 교민 등을 대상으로 저축은행이나 신용조합 처럼 제2금융권 영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리 역시 일본 은행보다 1~3%포인트 정도 높은데, 여기에 '리베이트'까지 받는다.
일본에는 대출을 받으면 고객이 은행직원에게 사례금을 지급하는 '대출 커미션'관행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도쿄지점은 대출액의 5~10%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겨 온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실제로 구속된 이모 전 국민은행 도쿄지점장 등은 1인당 대출 한도를 피하기 위해 여러 사람의 이름을 빌려 차명 대출계좌를 조성하고, 대출 서류를 조작하는 식의 불법 대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외환은행 도쿄지점과 오사카지점의 경우 2005년과 2008년 자금세탁 혐의가 적발돼 일본 금융청으로부터 '3개월간 신규 거래업무 정지'를 받기도 했다.

일본은행들이 리베이트를 정상적으로 회계처리 하는 반면 국내은행들은 특별히 회계처리 규정이 없다보니 비공식적 업무추진비로 사용하거나 직원이 개인적으로 챙기는 게 가능하다.

또 리베이트가 일상화돼 행장이나 금융지주 회장 등 최고위급 임원에게 상납되거나 심지어 자금세탁 등 비자금 조성의 루트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은 국내로 반입돼 정치권 등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낙하산 인사 논란을 겪으며 회장으로 선임된 금융지주 회장들은 자주 이 경로를 이용해 정치권으로 돈을 조달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도쿄지점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불법 행위정보가 이임하는 지점장으로부터 족보처럼 이어져 내려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런 관행 때문인지 금융권에선 도쿄 등 일본 지점장은 소위 은행장 '라인'이 아니면 넘볼 수 없는 자리로 여겨진다.

최근까지도 대부분 시중은행에서 일본지점을 거쳐간 인사는 모두 승승장구 했다.

감사원 조사결과 한일은행(현 우리은행) 도쿄지점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의 경우 자살한 김 전 지점장이 재직하던 2013년까지 일본을 수시로 찾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전 회장은 낙하산 인사로 논란을 빚으며 낙점된 이후 정치권으로 상당한 정치자금을 전달했을 것이란 얘기가 금융권에 나돌기도 했다.

부실대출을 해준 것으로 드러난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일본에 진출한 은행들은 은행들이 현지법인이 아니라 지점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국내에서 처럼 담보물건만 잡고 대출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부당 대출을 통한 비자금 조성이 다른 시중은행 해외 점포에도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검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등 11개 은행은 해외에서 운영하고 있는 법인과 지점은 145개에 달한다.

그 동안 해외지점은 감시의 사각지대였고 도쿄지점의 경우도 일본 금융당국 관할이라 한국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다.

금융감독원은 매년 4~6곳 해외점포만 검사를 나갈 뿐이다.
금융당국은 일본 금융당국과 우리ㆍ기업은행에 대한 검사 공조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해 말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부당 대출 사고가 비자금 의혹으로 확산되자 일본 금융청과 공동 검사에 나선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은행 도쿄지점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전 은행에 대한 정밀 검사로 확대할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해외지점 실태를 살펴보는 동시에 모니터링 지표 등 상시 감시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 은행은 금융사고를 자진신고토록 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금융사고 자진신고제를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부통제시스템이 붕괴되다시피한 상황에서 효과가 있을 지는 의문이라는 반응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