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하던 단말기를 새로 구입하지 않고도 통신사를 바꿀 수 있도록 범용가입자식별모듈(유심.USIM) 잠금장치를 완전히 풀도록 한 규정을 지키지 않은 SK텔레콤 등 통신업체에 과징금이 부과됐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지난 2008년 7월 정부가 쓰던 단말기 그대로 통신회사를 바꿀 수 있도록 범용가입자식별모듈(USIM) 잠금장치를 완전히 풀도록 의무화했지만 SK텔레콤과 KT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USIM 이동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함으로써, 자사의 단말기 판매 매출을 늘리거나 가입자를 묶어두기 위해서였다.

이에따라 방통위는 전날(10일) 전체회의를 열고 SK텔레콤과 KT에 각각 20억원과 10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하고 USIM 이동성을 제약해 이용자 이익을 저해하는 등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한 행위와 관련 ▲금지행위 중지, ▲시정명령 받은 사실의 공표 및 업무처리절차 개선 등의 시정명령을 내렸다.

또 SK텔레콤은 전국에 있는 대리점과 판매점에 SK텔레콤과 KT는 각각 9일과 10일 동안씩 이용자 이익저해 사실을 게시토록 했다.

USIM이란 WCDMA 단말기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가입자 정보가 들어있는 카드로 사업자내 USIM 이동은 별도 신청없이 가능하나, 사업자간 USIM 이동은 '단말기 타사이용 신청'이 필요하다.

방통위 조사 결과 SK텔레콤 등은 ▲휴대폰 보호서비스 무단가입 ▲USIM 이동 제한기간 설정 ▲USIM 단독개통 거부 ▲해외 USIM Lock 설정 등을 통해 사실상 USIM이동을 차단했다.

방통위는 모두 USIM 이동을 막음으로서 이용자의 선택권을 현저하게 제한한 사례지만, USIM 단독개통을 거부하거나 해외로 출장가서 다른 현지 통신사 USIM을 갈아끼지 못하게 한데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하는 선에서 그쳤다.

방통위 이창희 시장조사과장은 "USIM 단독개통을 거부한 일이나 해외 USIM에 락을 설정한 일도 이용자이익을 현저하게 저해한 게 맞지만, 일부시스템 개선이 필요한 점과 해외 USIM 락 해제의 경우 위법성 인식이 낮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 부분은 시정명령만 부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휴대폰 보호서비스 무단가입이나 USIM 이동 제한기간 설정 부분은 고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휴대폰 보호서비스'란 단말기에 타인의 USIM을 장착하면 동작하지 않는 무료 부가서비스로 단말기 분실때 타인의 부정사용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동시에 사업자내의 USIM 이동을 차단한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KT와 달리 가입신청서에서 휴대폰보호서비스의 장점만 알려주고 단점은 고지하지 않는 방법으로 무단가입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휴대폰 보호가입서비스 가입자 중 SK텔레콤은 77.4%, KT는 55.0%가 무단가입됐다.

이날 결정에 앞서 피심인 진술에서 SK텔레콤측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보였다가 방통위원들과 언쟁을 벌였다.

김기천 SK텔레콤 상무는 "휴대폰 보호서비스는 스팸차단서비스와 마찬가지"라면서 "스팸차단서비스도 구두로 안내하고 요금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형태근 위원은 "휴대폰 보호서비스와 스팸차단은 다른 이야기"라면서 "보호서비스는 좋은 측면과 함께 USIM이동 제한이란 측면이 있다. 김 상무가 오버한 것"이라고 반박했고 이경자 부위원장도 "SK텔레콤(85%)과 KT(5%)의 휴대폰 보호서비스 가입율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양사가 제공하는 정보의 내용과 방식이 다르기 때문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상무는 SK텔레콤의 보호서비스없는 USIM 이동시 분실폰 우려나 USIM 이동기간 단축시 폰테크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창희 시장조사과장은 "휴대폰보호서비스를 설정했다고 해도 분실폰을 돌려받는 것은 아니며, 휴대폰 자체에도 분실에 대비해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이 있고 설사 분실했다 해도 바로 분실신고하면 사용정지되니 보호서비스 설정과 아닌 차이는 크게 없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에서 3만5000원 주면 살 수 있는 USIM과 유사한 필름형태의 '터보심'을 부착하면 모든 USIM락을 해제할 수 있는 상황에서 폰테크 방지를 위해 USIM 이동 기간을 제한했다는 논리는 말이 안된다"며 "사업자 입장에서 폰테크로 악용하려 하는 것인지 구분할 방법이 없으며, 그보다는 최대 2개월간 USIM 이동을 지연시켜 이용자를 묶어 둠으로써 단말기 판매 이익같은 추가 이득을 얻으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시중 위원장은 "실무자들이 고생한 데 비하면 과징금을 더 부과하고 싶지만, 첫 사례인데다 현저한 반성의 기미를 보이니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로 봐서) SK텔레콤 20억원, KT 10억원으로 하자"고 말했다.

이창희 시장조사과장은 "동일한 위반 행위시 법률에 따라 과징금을 가중할 수도 있고,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에 따라 영업정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또 이번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로 USIM 잠금장치 해제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이용자의 단말기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