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들이 스펙에 빠진 한국 대학사회 구하기에 나섰다.

금융위는 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을 필두로 경력난 폐지와 영어성적표를 받지 않기로 했다. 스펙열풍에 빠진 대학사회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지 주목된다.

기업들이 자격증이나 영어성적표 등을 요구하면서 대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지나치게 스펙열풍에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금융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정부가 대주주인 6개 금융 공기업이 올 하반기 신규 채용 때부터 신입사원 입사지원서에 각종 자격증 소유 여부를 표시하는 경력란을 없애기로 했다.

당장 올 하반기부터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정책금융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6개 금융공기업에서 실시한다.

지난해 기업은행은 220명, 산업은행 70명, 주택금융공사 57명, 신용보증기금 50명, 기술보증기금 34명을 신규 채용한 바 있다.

금융위는 최근 "취업을 앞둔 청년들이 과도하게 자격증과 경력, 어학성적 등 소위 스펙을 쌓느라 시간과 비용을 많이 들이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일단 주요 금융 공기업부터 입사지원서에 자격증을 표시하는 란을 없애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영어성적표도 받지 않기로 했다.

이들은 그동안 원서접수 때 합.불합격에 관계없이 제출토록한 토익이나 토플 등 어학성적표를 받지 않는 대신 일정점수를 넘었는 지 여부만 입사지원서에 표시하고 어학성적표는 최종합격자만 내도록 하기로 했다.

변호사·공인회계사·변리사 등 국가 공인 자격증이나 인턴십 경험 등은 자기소개서에 밝히는 선에서 허용된다.

금융위가 스펙난 폐지를 결정한 것은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증권투자상담사 등 민간 자격증까지 가산점을 주면서 대학생들이 지나치게 스펙쌓기에 빠져들어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마구잡이식으로 자격증 따기에 혈안이 돼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경력란을 없애는 대상을 다른 금융 공기업으로 확대하고 민간 금융회사들의 동참도 유도할 계획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다른 일반 공기업으로 확산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