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에서 아쉽고 감동적인 피겨의 진수를 보여준 김연아는 진정 여왕이었다.

17년 여 동안의 피겨 스케이팅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올림픽 무대에서 세계인에게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 선수는 김연아가 유일하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이팅에서 단 한번의 실수도 하지않은 무결점 연기를 펼쳤다. 하지만 김연아의 메달 빛깔은 금메달이 아닌 은빛메달이었다. 금메달은 러시아의 18살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의 목에 걸렸다.

김연아는 21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9.69점과 예술점수(PCS) 74.50점으로 144.19점을 기록했다.

김연아는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 74.92점(TES 39.03점+PCS 35.89점)을 더해 합계 219.11점을 기록했다.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224.59점)에 5.48점 뒤진 은메달이었다. 올림픽 2연패의 문턱에서 아쉽게 좌절했지만 금빛보다 더 값진 은빛이었다.

이날 경기는 러시아 소트니코바가 실수를 했음에도 후한 점수를 줘 편파판정 논란을 야기해 금메달을 빼앗겼다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다.

편파판정은 전날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도 소트니코바는 후한 점수를 받으며 김연아에 0.28점 차로 2위에 올랐다.

소트니코바는 기술점수(TES) 39.09점, 예술점수(PCS) 35.55점으로 합계 74.64점을 받아 74.92점의 김연아를 0.28점 차로 맹추격했다.

김연아는 경기 직후 가진 현역선수로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오히려 담담해 여왕다운 모습을 보였다. 김연아는 "채점에 대해 아무 미련이 없어요, 마지막 은퇴무대에서 실수없이 연기를 마쳤으니까 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연아는 금메달이 목표가 아니라 최선을 다하며 즐기는 자세를 보였다. 스스로 "이번 경기를 100점 만점에 120점"이라고 평가했다.

금메달에 대한 아쉬움에 대해서는 "더욱 절실한 선수에게 돌아간 것"이라고 여왕다운 마음을 보였다.

김연아의 점수는 쇼트프로그램에서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심판진은 러시아 선수에게는 상식밖의 후한 점수를 줬던 것.

김연아는 이날 경기를 마지막으로 17년의 고된 여정을 마치고 짐을 내려 놓았다. 고되고 외로운 길이었지만 넘어지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환하게 웃음을 띤 김연아에게 어떤 찬사도 아깝지 않은 진정한 은반위의 여왕이었다.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선수로서 마지막을 뛴 그에게 심판들의 판정이 오점으로 남았지만 김연아는 이마저도 아름답게 승화시켰다.

심판의 판정에 의문으로 메달 색깔이 바뀌었지만 진정한 금메달의 주인공은 김연아라는 평판이 이견이 없다.

전 미국 피겨영웅 미셀콴은 "믿을 수 없다"고 심판 판정에 경악했다.

김연아의 영원한 경쟁자이자 친구였던 일본의 아사다마오는 "김연아는 대단히 훌륭한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은퇴하는 아사다는 21일 프리스케이팅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김연아는 대단히 훌륭한 선수"라면서 "어린시절부터 같은 아시아인으로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는데 그런 점에서 저도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고, 힘든 점도 많았지만 스케이팅 인생에서 하나의 좋은 추억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사다는 김연아와 동갑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