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13년 만에 경영 무대에서 완전히 퇴장한다.

㈜STX는 11일 서충일 고문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강 회장은 지난해 7월 STX팬오션 대표를 사퇴한 것을 시작으로 STX조선해양, STX중공업의 대표 자리에 이어 지주회사인 ㈜STX 경영에서도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강 회장은 STX엔진 이사회 의장과 STX장학재단 이사장 등 두 개의 명함만 유지하게 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샐러리맨 신화를 창조하며 오너 중심인 한국만의 재계 판도에 새바람을 불러온 강 회장의 퇴진은 샐러리맨에 꿈을 심어줬던 본이 됐지만 끝내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시든 역사로 기록되게 됐다.

명지대를 나온 그는 지난 1973년 쌍용양회에 사원으로 입사해 2001년 자신이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있던 쌍용중공업을 20억원에 인수해 STX그룹의 초석을 닦았다.

이어 범양상선(현 STX팬오션)과 산단에너지(현 STX에너지),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를 인수하며 M&A를 통해 사세를 급속하게 키웠다.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하며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STX를 재계 서열 13위까지 끌어올렸다. 그룹설립 첫해인 2001년 5,000억원에도 못 미쳤던 매출을 2012년에는 18조8천억원으로 급신장시켰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해운불황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고 조선업으로 영향이 확대되며 그룹 전체에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을 회장으로 영입하며 위기 타개를 시도했지만 기대에 못미치며 이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해운 계열사 STX팬오션 공개매각 추진을 하면서 부실이 하나둘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STX조선해양을 채권단 자율협약 체체로 전환하며 기업의 운명을 채권단에 넘겨줬다.

이어 STX건설은 법정관리, STX중공업과 STX엔진도 자율협약을 맺게 됐고 결국 STX팬오션마저 법정관리에 들어가 그룹이 공중분해되는 운명을 맞았고 강 회장은 채권단에 떠밀리다시피 짐을 싸게 됐다.

당분간 강 회장은 STX장학재단 등이 있는 서울 강남 도곡동 STX사옥으로 출근해 업무를 볼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