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두고 명절준비에 바쁜 곳이 있다. KBS 2TV '다큐 3일'(밤 11시 5분. 장성주 CP 김형운 팀장 김기용 PD 작가 박금란)은 서울의 재래시장인 서울 중구 '중부시장'을 찾았다.

서울에서 도심한복판에 위치한 최대 건어물 시장인 중부시장 상인들. 그들의 애환은 바로 서민들의 삶이다.

중부시장 노점상들은 이곳에서 수십년간 노점상을 하다가 시장에 한칸 점포를 마련한 사람들은 노점 시절 이리쫓기고 저리 옮겨가야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은 그래도 부자라고 생각하며 행복하단다.

57년이나 지난 중부시장에는 약 900여개의 상점이 있고 종사하는 상인만 3,000여명이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중부시장은 밤 10시, 갖가지 건어물을 실은 트럭들이 산지에서 올라오면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된다.

수레꾼들은 인당 400KG가 넘는 짐을 나르고, 새벽 2시가 되면 위탁상인들이 시장 내 상인들에게 물건을 판다.

4시가 되면 서울, 수도권 작은 시장의 상인들이 몰려와 물건을 구입하고, 날이 밝으면 반찬거리를 마련하러 온 주부들로 북적EOSEK.

30~40년 동안 3~4시간씩 자며 빠듯하게 살아온 중부시장 상인들. 시장이 집이고 인생인 중부시장 사람들의 3일을 담았다.

■시장인생 40년, 어머니의 세월

새벽부터 굴비를 만들기 위해 쪼그리고 앉아 냉동 조기를 떼어내고 있는 변흔자(73) 할머니. 조기를 소금에 절이고 엮어 보기 좋게 척척 걸어내는 손길에서 연륜이 느껴진다.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3남매를 기르기 위해 노점부터 시작해 시장에서 굴비장사만 40년째란다.
노점상 할 땐 남의 가게 앞에서 이리저리 내쫓기며 서러운 시절을 보냈다. 요즘 장사가 안 돼 힘들지만 젊은 시절 고생에 비하면 작은 가게 하나 갖고 있는 것도 부자라 말한다. 시장에 청춘을 다 바친 할머니의 인생에 지금 가장 크게 남은 건 무엇일까.

 ‘나 여태까지 젊어서부터 고생해서도 손자들 여섯 명 태어난 것밖에, 그것 밖에 돈 번 것이 없어. 이렇게 열심히 고생해서 3남매 다 여웠으니까. 손자들이 하나 앞에 둘 씩 낳았으니까’

■할머니의 유산

노점 골목에서 능수능란하게 코다리를 손질 하는 아가씨. 손님들을 대하는 것도 몇 십 년 장사한 사람처럼 노련한 이영수 씨다. 할머니가 하던 가게를 물려받아 이 자리에서 3대째 장사를 하고 있는 그녀. 코흘리개 시절부터 어깨너머로 배운 것들이 지금에서야 실력발휘를 톡톡히 한다. 한창 장사가 잘 되던 시절 들이닥친 IMF. 당시 납품하던 대형 유통업체의 부도로 집안이 큰 빚을 지게 돼 그때부터 시장 일을 시작했다.
번듯한 회사에 다녔지만 가업을 이어달라는 할머니의 유언으로 다시 시장에 돌아왔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4~50년 잊지 않고 찾아주는 할머니의 단골손님들이 다시 자신의 손님이 되는 걸 보면 가게를 계속 지켜야할 힘이 솟는다고 한다. 힘들지만, 시장생활이 즐거운 지금이 그녀 인생에 빛나는 대목이다.

‘할머니 때문에 오시게 된 분이지만 이제 제 단골로 완전 변해버렸어요. 그러니까 계속 할 것 같아요.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면 ’할머니 내가 이렇게 하고 있어, 할머니가 물려준거니까 열심히 하고 있어‘ 그렇게 말하고 싶어요’

-이영수 씨 _35세
 
설 대목이면 발 디딜 틈도 없이 복잡했던 중부시장. 경기불황과 대형마트의 등살에 예년만큼 상인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힘든 상황에 굴하지 않고 매순간 열심히 살아간다. 같은 자리에서 북어장사만 48년 해온 중부시장 터줏대감 할아버지, 새벽시간에 몇 천개의 박스를 시장 안으로 옮기기 위해, 본인 키 2배 만큼 수레에 쌓아올려 운반하는 아저씨들. 고된 일에 지칠 만도 하지만 오늘도 본인의 자리에서 맡은 일일 묵묵히 해나가며 최선의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