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새로 도입하려던 신입사원 채용방식인 총장추천제가 백지화된 가운데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은 16일 19년만에 채용방식을 변경해 서류전형을 부활하고 전국 200개 대학별 총장추천 할당을 통보했다가 대학 서열화 파문이 커지자 일주일만인 28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삼성그룹은  대학서열화와 지역 불균형 논란이 거세게 일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올해 신입사원 채용은 종전 방식대로 진행된다.

삼성그룹이 각 대학에 총장추천 인원 할당 사실이 공개되면서 지난주부터 대학가는 들끓었다.

학교별 배정 인원이 검색어 상위권을 휩쓸었고 SNS에서는 물론 각종 언론과 정치권까지 대학을 서열화한다, 지역을 차별한다는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일부 대학총학생회는 총장 추천제 거부 선언까지 했다.
최종운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대학의 본질인 큰 학문을 배우고 연구하는 그런 기관이 아니라 기업에 들어가기 위한 디딤돌의 역할로만 치부되는 것만 같아 통탄스럽다고 논평했다.

대학별 차이에 이어 영남지역 대학과 호남지역 대학간 추천인원이 큰 차이를 보이면서 강운태 광주시장은 공개적인 우려를 나타냈다.

박지원 의원은 추천제 폐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삼성은 새 채용 제도를 발표한 지 2주도 안 돼 사실상 백지화를 발표했다.

삼성측은 회사가 찾지 못하는 지원자의 인성을 학교에서 찾아 달라는 취지였지만 사회적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도로 접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회가 삼성에 좌우됐다는 지적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이 대학의사와 관계없이 멋대로 재단하고 등급을 결정하고 취소하는 일련의 과정에 삼성의 대한민국 지배자 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는 지적이다.

할당인원을 많이 배정받았던 최상위 명문대학들로부터도 감사하다는 반응을 얻지못하고 있다.

총학생회 명의로 총장추천제를 반대한다는 성명을 낸 고려대에는 노땡큐가 등장했다.

이 대학에서는 "학생들보다는 학교가 먼저 나서서 문제를 제기 했어야 했다"며 "이번 일은 대학들이 삼성에 철저히 농락당한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이 대학에는 푸른 타원형의 삼성그룹 로고에 영문 삼성(samsung) 표기 대신 ‘노 생스’(no, thanks) 문구를 넣은 이미지가 함께 게시됐다.

서울대 경력개발센터 측은 "대학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삼성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유보했다"며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연세대 관계자도 "처음부터 이 제도 자체를 부정적으로 봤다"면서 "학교를 줄 세우는 이런 방법은 학교 등급화나 다름없다. 삼성이 자기 마음대로 대학을 움직이려는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학교가 삼성으로부터 할당을 받았다는 보도자료까지 내며 자랑(?)했던 일부 대학은 결국 삼성의 등급매기기에 놀아난 꼴이 돼 난처해하고 있다.

지난 26일 45명의 인원을 할당받았다는 보도자료를 서둘러 냈던 아주대는 미운털이 박힌 채 우스운 꼴이됐다. 한성대도 15명이 할당됐다는 사실을 알리며 홍보효과를 기대했다가 멋적어 하고있다.

4년제 대학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총장추천제를 철회결정과 관계없이 다음 달 정기총회에서 이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할 방침이다.

입시학원가에서는 삼성이 과거 삼성이 지역차별 소리를 들으며 영남지역권 국립대졸업자를 많이 채용했던 관습에 따라 배정하다보니 학생들의 선호도와는 크게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대학에 대한 학생들의 일반적인 선호도에 비해 배정을 많이 받은 대학들은 예전에 명성을 떨쳤던 곳들이 많다"며 "100명의 인원을 할당받은 한 국립대는 정시모집에서 미달 사태를 겪은 대학"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삼성그룹은 지난 16일 2014년부터 채용방식을 총장추천제와 서류전형으로 변경키로하고 총장추천인원을 각 대학에 할당통보했다.

총장추천 대학별로는 △성균관대가 11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대와 한양대가 각 110명 △연세대와 고려대 각 100명 △경희대 60명(10) △건국대 50명(10) △중앙대 45명 △동국대 40명(15)을 배정받았다. 성균관대는 반도체학과가, 한양대와 건국대는 공대가 삼성과 산학협력을 맺고 있다.

이밖에 △광운대 35명 △단국대·서울시립대·숭실대·한국외대 각 30명 △국민대 25명 △세종대 20명 △명지대·상명대 각 15명 한△한성대 12명씩이다

지방대 중에서는 영남권 대학이 많이 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명문국립대 중 △경북대 100명 △부산대 90명 △인하대 70명 △부경대 45(10) △영남대 각 45명 △전남대 40명(15) △전북대 30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