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선대회장 상속소송에서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화해를 청했다.

창업주가 남긴 주식을 동생 이건희 회장이 다른 자녀들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서 관리했다며 주식인도청구소송을 내면서 시작된 삼성 상속소송이 다음달 초 결론이 난다.

맹희씨측은 14일 서울고법 민사14부(부장판사 윤준) 심리로 열린 마지막 공판에서도 화해를 청했다. 이번에는 다소 굴욕적인 모습까지 보이며 직접 쓴 편지도 공개했다.

지난달 24일 첫 화해와 조정을 제안한 이후 세번째 화해 제스처를 취했다.

맹희씨 측은 이날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노리지 않고 있다"며 삼성에버랜드 소송을 취하했다.

에버랜드는 삼성그룹 순환출자의 출발점이자 그룹의 경영권과 직결된 것이자 이재용 부회장으로 경영승계의 열쇠다.

이를 포기한 것은 이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측의 신경을 쓰이게 할 수 있는 경영권과 경영권 승계에 대해 영향을 미칠수 있는 우려를 덜어내 진정성을 보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로써 이맹희씨와 이건희 회장의 상속분쟁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지분 확인 청구건만 남있다.

최대 4조원까지 늘렸던 주식인도청구금액도 9천8백억원대로 대폭 낮췄다.

이 전 회장은 이날 법원에서 굴욕적이지만 해원상생(원한을 풀고 함께 살아감)을 하고 싶다는 편지도 낭독했다.

화해의 열쇠는 이건희 회장 측에 달려있다. 재판부는 화해할 뜻이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을 달라고 했다. 그러나 판결까지 남은 기간에 화해가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양측은 소송을 바라보는 관점에 크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선대회장으로부터 독차지한 주식에 대한 합리적 조정과 삼성그룹의 가족관계 유지가 그룹을 위한 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그룹 승계의 정통성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맹희 전 회장 측은 지난달 24일 공판에서 "양 당사자 간 집안 문제로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긴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가족 간의 대화합 차원에서 합리적인 선이라면 조정할 의지가 있다"며 조정을 통한 화해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이건희 회장은 이에 대해 지난 7일 “원고가 (선대 회장의) 유지를 왜곡하면서 피고의 정통성을 왜곡하고 있어, 가족과 형제 간을 넘어서 삼성그룹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로 번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조정에 응하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의 화해권고도 무시됐던 삼성가 형제의 상속분쟁이 극적 회해로 이어질지 법의 잣대로 판결날 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항소심의 선고는 2월 6일 오전 10시로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