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상금세탁'을 도운 정황이 드러났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11일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SNS가 들썩이고 있다.

농협 전산망이 디도스 공격을 받은 즈음에 관련 전산기록이 삭제됐다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과 가까운 윗선의 지지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관련기사는 출고된 지 얼마 뒤 삭제됐다. 이와관련 농협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우리가 요청해서 삭제된 것"이라고 밝혔다.

11일 한국일보자매지 주간한국 보도에 따르면 농협은 이 전 대통령이 해외에서 수상한 상금의 수표가 채 입금도 되기 전 이를 매입해 이 전 대통령 계좌로 송금했다.

해외에서 받은 금품을 신고해야 하는 공직자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분석과 함께 이와 관련된 전산기록이 돌연 종적을 감췄다고 전했다.

금융기관은 전산 자료를 10년 동안 멸실되지 않도록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법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을 위해 편법과 불법이 동원됐다는 점에서 윗선의 지시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보도에는 이 전 대통령이 상금으로 받은 수표를 추심 전 매입하는 내용을 담은 농협 내부문건도 함께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11년 해외 원전수주 과정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정부로부터 '자이드 환경상' 상금 50만달러(한화 약 5억5,000만원)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아랍에미리트연합이 지불해야 할 186억원 중 절반 이상인 100억달러를 국내 수출입은행이 28년간 대출해주는 내용의 이면 계약이 드러났다. 이와관련 일각에선 이 전 대통령이 상대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 대가로 수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정부는 이 상금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환경 분야 등에 기부하거나 쓸 예정이라고 언론에 발표했지만 이 돈은 전액 이 전 대통령 개인 통장으로 입금됐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이 드러난 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2012년도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변동 사항'을 공개하면서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은 2011년 54억9,659만원에서 2012년 57억9,966만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예금 증가분이 컸다. 예금이 1억2,022만원에서 6억5,341만원으로 5억원 이상 급증했다. 예금 급증 원인은 자이드 환경상 상금 수령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개인에게 주는 상이기 때문에 상금 역시 이 대통령 개인에게 지급된다고 허둥지둥 해명했다.

이 과정에서 농협이 상금세탁에 개입했다는 게 요지다.

이 매체는 농협 내부문건에서 농협 청와대지점은 2011년 3월23일 '외화수표 추심전 매입승인'을 요청했다. 매입 품목은 아랍에미리트 은행 'Emirates NBD'에서 발행한 50만달러 수표, 매입신청인은 이 전 대통령이었다.

이를 통해 농협 청와대지점은 아직 입금되지도 않은 수표를 매입하는 조건으로 이 전 대통령 계좌에 5억원 이상의 현금을 송금했다. 농협에서 이런 전례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농협 내부문건 중 '2011년 승인신청 접수 총괄대장'을 보면 2011년 3월23일까지 접수된 외화수표매입건은 이 전 대통령의 50만달러가 유일하다. 공직자는 해외에서 일정 이상의 금품을 받을 경우 이를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피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것.

문제는 이후 해당 전산기록이 자취를 감췄다는 점이다. 시기는 2011년 4월11일 디도스 사태를 전후해서다. 디도스 공격 당시에도 여신관리시스템은 정상작동했다. 그러나 돌연 시스템이 먹통이 된 뒤 이 전 대통령의 기록이 삭제됐다.

이 매체는 농협 여신관리부의 한 직원은 "이 전 대통령의 외화수표 추심전 매입 전산기록이 '청와대지점 여신관리시스템 장애 복구 중'이라는 메시지가 뜬 직후 삭제됐다"며 "이 기록만이 유일하게 사라졌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삭제로 보고 있다"는 직원의 말을 전했다.

전자금융거래법과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전산 자료를 10년 동안 멸실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전산기록에 문제가 있다면 취소 혹은 정정은 가능하다. 그래도 여전히 기록은 남는다. 기록 자체를 삭제에는 농협 내 IT인력이 동원돼야 한다는 전언이다.

따라서 농협 안팎에선 수표 매입과 전산기록 삭제가 '윗선'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일로 보고 있다. 특히 농협 내부에선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고위층 인사의 개입을 의심하는 시선이 많다.

이런 가운데 한국일보 인터넷판에는 11일 오전 관련기사가 게재돼 포털사이트에 송고됐다가 돌연 삭제됐다. 또 인터넷신문 폴리뉴스도 관련기사를 보도했지만 이후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관련 SNS 상에서는 관련기사가 삭제돼 볼 수 없다며 포털사이트에 기사가 삭제된 이유를 밝히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포털사이트는 기사삭제는 포털사이트가 자체적으로 삭제 조치를 할 수 없다. 기사 생산자 측 요청에 의해서만 삭제, 수정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농협 측은 기사삭제 과정에 대한 질문에 "오전에 해당 언론사에 찾아가 설명을 했고 해당 언론사가 사실무근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서 삭제조치가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관계없이 포털사이트와 트위터 등에는 돌연 기사가 삭제된 배경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글들이 이어지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