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승리 1주년이 되던 바로 그날, 방송통신위원회가 현 정부의 대 언론정책의 정점을 찍었다.

방통위는 jTBC 9시뉴스 진행을 맡은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 겸 앵커에 대해 중징계를 결정했다.
그러나 방통위의 결정 직후 SNS와 각종 언론은 관련소식을 다루며 방통위에 대해 비판이어지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방통위의 결정이 국민정서와는 동떨어져 언론과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정부부처의 소통 부재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특혜 시비논란 속에 출범한 4개 종편 가운데 손석희 앵커를 사장으로 영입하고 대부분의 방송과 신문이 친정부적 보도 일색인 가운데 유일하게 정부 일방을 대변하지 않고 당사자의 이야기를 전하며 뉴스9이 주목을 끌었다.

이 때문에 방통위가 언론에 재갈을 물려 듣고싶은 소리만 들으려는 정부의 속내를 드러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방통위가 손 앵커에 대해 중징계를 내린 이유는 jTBC 9시뉴스가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에 대해 청구를 당한 당사자의 이야기와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전해 '공정성'을 잃었다는 게 이유다.

jTBC의 보도 당시는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를 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인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혐의 사건이 법원의 결론이 나지 않은데다 박 대통령이 외국순방 중인 상황에서 취해져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던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언론이 국가정보원의 정보만 전달하며 통합진보당을 종북정당으로 몰아붙이던 상황에서 당사자나 전문가의 의견 등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전달한 것을 놓고 공정성을 잃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언론이 다양한 목소리나 주된 흐름과 다른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를 무시한 방통위의 결정에 대해 자신들의 듣고싶은 의견만 들으려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21일 "2013년 대한민국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소통이 필요한데 의견수렴 창구인 언론에 마스크를 씌우려한다"는 한마디로 현정권을 비판했다.

방통위는 19일 24차 전체회의를 열고 손석희의 뉴스9에 대해 '공정성'(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 2항)과 '객관성'(제14조) 위배를 들어 '해당방송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한 징계 및 경고' 조치를 결정했다.

이는 과징금 부과를 빼면 방통위가 취할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다.

이날 위원들의 의견을 보면 여당인 새누리당 추천 위원들만 징계에 찬성했다. 정부 여당이 자신들의 입장과 같은 목소리만 듣겠다는 의중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회의내용을 보면 박만 위원장을 비롯해 여당 추천 몫인 권혁부 엄광석 구종상 최찬문 위원 등 5명은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박성희 위원은 '경고' 의견을 냈다.

야당 추천위원인 몫인 김택곤·장낙인 위원 등 2명은 '문제없음' 의견을 냈고 박경신 위원은 의결 도중 퇴장해 '기권' 의사를 보였다.

앞서 11월27일 열린 소위원회 회의에서 징계안에 대해 치열한 논란이 벌어진데 이어 전체회의도 일부 위원의 반발퇴장 등 파국 속에 결정했다.

그만큼 방통위의 결정과정에 논란이 컸다. 여당 추천위원들은 "jTBC는 종합뉴스 사상 공정성과 객관성을 어긴 가장 대표적인 수치스러운 사례"라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 추천위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출범 이래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지만 오늘은 최악의 사태"라고 주장했다.

방통위가 징계 결정 과정에서 소통보다는 6대 3이라는 여당 추천위원의 숫적 우위를 앞세운 강공 드라이브로 일반 국민여론에 대한 설득은 커녕 논란에 불을 지피기만 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