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중대기로에 섰다. 양적으로는 글로벌 톱5에 진입했다. 하지만 줄줄이 이어지는 리콜사태는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에 구멍이 뚫렸다는 반증이다. 

정 회장이 제네시스 발표장에 초 "현대자동차 = 품질" 이란 선진국형 자동차메이커로 부상하겠다는 목표가 좌초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그동안 이뤄놓은 성과가 적지 않지만 대부분 양적인 성장에 치우치고 있다.

유명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에는 차량 결함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섞인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1999년 정 회장의 품질경영 선언 이후 JD파워 등 조사기관의 품질평가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2002년 이후 중국, 미국, 인도, 체코, 러시아 등지에 해외 생산라인 구축에 나서 7개국 10개 공장에서 265만대를 생산하는 글로벌 생산체계를 갖추며 세계5위의 자동차메이커로 올라섰다.

문제는 품질이다. 정 회장은 도요타의 대량 리콜사태를 지켜보면서 품질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절감했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는 유럽재정 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국내외 시장환경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질적인 성장을 통해 내실을 더욱 강화하고 미래를 위한 경쟁력 확보에 집중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주는 '혁신적 품질경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말과는 달리 거꾸로 가고 있다. 2012년 712만대 생산, 2013년 741만대로 양적인 면에서 글로벌 5에 진입했지만 품질면에서는 10위권에서 20위권 밖으로 역주행했다.
도요타가 리콜사태와 동일본대지진으로 위기를 맞은 도요타를 따라 잡겠다는 꿈도 멀어졌다. 

품질 혁신에 실패하면서 품질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들어 리콜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횟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생산과 판매댓수가 늘어나며 양적인 성장은 눈에띌 정도다. 하지만 양적인 성장만큼 리콜비율은 판매대수 증가율을 웃돌만큼 급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을 가리켜 성장의 역설이란 저주에 걸려든 셈이다.

그동안 양적 성장에 가려져 있던 품질 문제가 곳곳에서 터지며 그나마 쌓아온 평가가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현대차는 품질문제에 관한한 국내외 고객을 대하는데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국내 고객들의 차량결함 문제가 자동차동호회 커뮤니티에 넘쳐나고 있지만 무시하기 일쑤다. 자동차 구조적, 기계적으로 심각한 결함이 나타나 더라도 문제를 인정하고 수습하기보다는 쉬쉬하며 공개적으로 조치를 꺼려하는데 리콜을 감추기 위함이다.

억제된 상황에서 발생하는 리콜임에도 최근에는 대량으로 발생한다. 품질문제가 모두 안전과 직결되거나 연비효율과 관련돼 치명적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에어백 결함으로 20여 만대가 리콜됐고 올해는 브레이크등 결함으로 167만 대가 리콜됐다. 국내 완성차 업체 사상 최대규모의 리콜이란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해에는 연비과장 문제로 소비자들의 거센 불만이 터져나왔다.

국내에서는 올들어서만 현대차의 최고급 프리미엄세단 인 제네시스가 12만대 리콜된데 이어 지난 11월 60만 대가 또다시 리콜됐다.

대량 리콜사태는 각종 품질평가에서도 그대로 반영돼 각종 평가에서 순위가 큰폭으로 떨어졌다.
올해 2월 소비자연맹이 발간한 컨슈머리포트의 2013년 자동차브랜드 평가에서 14위(작년 11위)로 떨어졌다. 디자인경영을 펴며 11위에 오른 기아자동차보다도 떨어졌다.

반면 리콜사태 이후 품질관리에 심혈을 기울인 도요타의 렉서스는 1위로 올라서는 등 톱10에 8개나 일본차의 이름이 올랐다. 또 JD파워의 2013년 차량내구품질조사에서도 현대차는 2012년 10위에서 22위로 곤두박질하며 그룹계열사인 기아차(21위)에도 밀렸다. 최고럭셔리카로 미국시장에 내놓은 제네시스 쿠페의 공조시스템과 휴대폰 연결상태 등 기본적인 품질조차 떨어졌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미국내 32개 브랜드 업계 평균치에도 미달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11월26일 제네시스 신형모델을 발표하면서 정홍원 국무총리와 이병석 국회부의장 등이 이례적으로 특정업체에 참석하는 특혜(?) 속에 "현대의 첨단 기술을 총 집약하고 최고의 성능평가와 품질관리로 새롭게 탄생시킨 프리미엄 세단"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신형 제네시스는 자동차의 본고장인 유럽을 포함해 많은 해외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해 세계적인 명차들과 당당하게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이같은 장담이 한달도 못돼 또다시 한국과 미국당국에서는 리콜 검토소식이 전해졌다.
급기야는 출고된 지 4년 만에 받는 정기검사에서 간판모델인 YF쏘나타가 브레이크 오일이 누유되고 있어 국토교통부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미국에서는 아반떼투어링에 에어백 추가 리콜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에어백이 부풀어오르면서 운전자의 귀가 잘려나간 보고가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의 품질경영은 말뿐인 선언에 그친다는 이미지가 굳어지기 전에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일반적 수사 말고 생산라인의 전근대적인 비정규직 차별 문제부터 종합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