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여직원이 뛰어내려 자살했다는 소식에 비난이 들끓었던 유통업체들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가 솜방망이 처벌로 결론나면서 맥이 빠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민주화 화두속에 의욕적으로 백화점 등 유통업체 빅4에 대한 현장조사 등을 실시했다.

유통업계는 세일기간 중 납품업체에 과다 지원을 요구하는 금지하는 대규모 유통업법을 적용한 첫 직권조사에 바짝 긴장하며 몸을 움츠렸지만 제재 결과는 솜방망이처분으로 끝나 처음에 요란했던 분위기와는 다르다.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 사무처는 지난 20일 전체회의에서 롯데쇼핑, 홈플러스, 이마트 등 대형유통업체에 세일기간 중 납품업체에 과도한 비용을 부담시켰다는 혐의로 62억 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번 과징금 규모는 처음보다 크게 줄어들어 솜방망이 제제가 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사무처는 전체회의에 210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전체회의에서는 증거와 법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다시 조사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결국 공정위 전원회의는 사무처가 요구했던 과징금 규모에서 1/3로 크게 줄어들었다.

전원회의는 입점업체에 대한 경쟁 백화점의 매출자료 요구 또는 자사 골프대회 협찬금을 제공받거나 자사 직영판촉사원의 인건비를 전가한 것에 대해서만 위법이라고 인정하고 세일기간 중 납품업체에 대한 가격 후려치기는 제재를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별 과징금은 롯데백화점 45억 7,000만원, 홈플러스 13억 200만원, 롯데마트 3억 3,000만원씩이다.

공정위는 당초 8개 대형유통업체에 대해 제재할 계획이었지만 신세계, 광주신세계, 이마트, 현대백화점, 한무쇼핑 등 5개 업체에 대한 제재는 다음달로 유보했다. 전원회의에서 판촉행사 비용 분담과 관련해 추가로 검토할 사항이 있다고 결정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체들이 연중 내내 하다시피하는 세일기간 중 판촉비 과다지원 심사가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유통업체들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공정위는 할인행사가 유통업체의 갑의 지위를 이용한 협력업체의 어쩔수없이 비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 값을 후려치고 있어 을의 위치인 납품업체를 힘들게 하는 관행을 뿌리뽑는데 실패하게 됐다.

유통업체들은 이마저도 과징금이 많다고 불만이다. 롯데백화점은 법률자문을 거쳐 행정소송을 검토하기로 했다.

홈플러스도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할 지 여부를 내부 논의를 거쳐 대응 계획을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유통업법은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 과징금상한을 납품대금 또는 연간 임대료의 60%로 정하고 있다. 통상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상한선이 관련 매출액의 2%로 정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