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업무상 배임 횡령혐의로 고발된 KT 이석채 회장의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2일 이석채 회장의 자택과 경기도 분당 KT 본사 및 계열사, 임직원 자택 등 모두 16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에 대해 자료에 대해 상당기간 분석한 결과 이 회장의 비리와 관련된 혐의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압수수색은 시간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KT 본사와 서울 KT서초사옥, 이석채 회장과 임직원 자택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회계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사업 관련 내부 문건 등을 압수했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이 국정감사 증인출석을 앞두고 25일 르완다로 출국하려는 정황을 포착하고 출국금지 조치도 내렸다.

검찰 관게자는 "참여연대 고발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KT의 자료제출이 잘 이뤄지지 않아 증거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이 전국의 KT사옥 39곳을 매각하면서 회사에 수백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 회장은 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스마트애드볼, 사이버MBA 사업 등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참여연대는 10월 초 이 회장이 이 회장이 KT사옥 39곳을 매각하면서 회사에 860억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검찰에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2월 스마트애드볼과 사이버MBA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OIC 랭귀지 비주얼'(현 KT OIC)을 KT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고 고발했다. 

이어 10월 초 이 회장이 감정가의 75%만 받고 사옥들을 매각한 뒤 다시 높은 가격으로 장기 임대해 부동산펀드에 많은 수익을 안겨줬다고 추가로 고발했다.

KT는 그동안 정상적인 경영판단에 따른 것이고 검찰조사에도 성실히 응해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이 전방위 수사에 본격 착수하는 등 전방위적인 당국의 압박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공정위는 앞서 KT가 지하철 영상광고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담합혐의를 적발했다며 7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회장이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뒤 신구권력층 인사를 영입하는 등 체제 안정을 위한 인사를 단행했지만 이후 주변상황은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검찰은 참여연대 고발건 외에도 이 회장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어 수사확대 가능성이 있다.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이 회장이 부동산 매각과정에서 상당한 리베이트를 챙겼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경기도를 본거지로 한 프로야구단 신설 과정에서도 적지않은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얘기가 돌았다.

KT 새노조는 이석채 회장 자택 등 16곳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KT 새노조는 “2009년 취임 이후 이석채 회장은 KT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비정상적인 경영으로 KT를 망쳐놨다"며 "외부로는 21세기 스마트 경영의 혁신 전도사인 것처럼 자처하며 내부적으로는 전근대적인 노동자퇴출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고갔다"고 비판했다.

새노조는 "부동산 매각은 헐값으로 하고 M&A는 부실기업 내지 친인척이 관련된 기업을 비싼 값에 인수함으로써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입혀왔다”고 비판했다.

새노조는 “비정상적으로 기업에 엄청난 손실을 입히고, 노동자들을 죽음로 몰아가면서 대외적으로는 온갖 낙하산을 끌어들여 화려한 보호막을 형성하며 내부적으로는 온갖 탈법경영을 일삼은 게 바로 이석채 회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청와대로부터 사임 권고를 받아왔다는 얘기도 돌았다. 하지만 KT 측은 이를 즉각 부인하는 등 사임거부 의사를 보여왔다.

이 회장은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인사를 영입해 중용한데 이어 박근혜 정부의 친박계 인사인 이혜훈 전 의원을 영입했다. 이와관련 주변에서는 이 회장이 외풍을 차단하기 위해 주변에 전현직 권력을 포진시키려는 것이란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포스코 정준양 회장과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등과 함께 청와대 오찬과 베트남 경제사절단에서 배제돼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재계에서는 사정당국의 손에 다음 순서가 누가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