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댓글 개입의혹 사건 수사를 이끌어온 윤석열 수사팀장이 전격 교체되자 야권이 강력 반발하면서 수사팀장 교체사태가 청와대 개입 의혹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수사팀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혐의에 대해 추가기소하고 지난 6월 수사발표 당시 불기소했던 국정원 직원에 대해서도 압수수색과 긴급체포 조사가 실시되며 수사가 확대되는 찰나에 사건을 진두지휘해온 수사팀장이 중도하차했기 때문이다. 채동욱 사태에 이어 정국에 또하나의 뇌관이 터진 셈이다.

야권은 18일 국정감사 도중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사태의 심각성을 예의주시하고 21일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철저히 규명하겠다는 태도다.

검찰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인 윤석열 여주지청장을 수사팀에서 배제하고 복귀시켰다. 

수사팀은 전날 국정원 직원 4명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3명을 긴급체포해 수사를 벌이며 수사에 속도를 내 진실규명에 한발 더 다가서던 때였다.

수사팀은 최근 미국 법무부로부터 선거관련 트위터 이용자에 대한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한 결과 트위터 아이디와 이메일 주소 등이 국정원 직원들의 것이란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이 대선 댓글을 유포했다는 혐의를 적용하고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17일 오전 국정원 직원들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휴대전화, 댓글관련 문건을 확보하고 긴급체포한 국정원직원들을 대상으로 상부지시 여부와 다른 직원 개입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이 검찰에 기관통보를 하지 않았다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고 수사팀과 국정원간에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사건의 사안을 고려해 사전에 통보하지 않고 압수수색과 긴급체포를 한 것이다. 미리 알려주면 사전 대비하고 흔적을 없앨수도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교체된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지난 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수사 당시 법무부장관의 반대를 무릅쓰고 원 전 국정원장을 기소했다.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과 사건수사팀은 법무부 및 국정원측과 갈등설이 불거졌다.

실무수사팀장이 전격 교체되면서 국정원 댓글개입 사건의 진실규명이 윗선 개입으로 차질을 빚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야권에서는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은 채동욱 전 총장 하차와 관련해 청와대 배후설을 제기했었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취임한 이후 남재준 국정원장과 함께 청와대 - 국정원 라인이 형성되면서 국정원 댓글수사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수사팀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 이전과는 분위기가 완연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국정감사 도중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윤성열 지청장을 수사·공소유지팀에서 배제한 것은 전대미문의 정권의 수사 및 공판개입 사태”라고 비난했다.

18일 헌법재판소 국정감사 도중 소식이 전해지자 박범계·박영선·박지원·서영교·신경민·이춘석·전해철 의원과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헌재 기자실을 찾아 청와대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검찰은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 3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자택을 압수수색했으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을 추가기소하는 등 의욕적인 활동을 보여왔다"며 "윤 팀장을 배제한 것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파장을 두려워하는 현 정권의 노골적인 수사 및 공판개입"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야당 법사위원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향후 이 사태에 대해 사건경위와 전말에 대해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신경민 의원(민주당)은 "범상한 조치가 아니라 채동욱 찍어내기에 이은 제2의 찍어내기, 도끼만행 수준의 조치"라며 "다음주 월요일(21일) 중앙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 팀장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운을 예고했다.

검찰 지휘부가 수사 및 공소유지 전반에서 자신을 배제하자 원 전원장 등에 대한 공소장 변경신청을 마무리한 뒤,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지청장은 “수사기밀이 국정원측에 누설될 우려가 있어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보고 없이 급히 국정원 직원을 체포했다”며 “나로서는 할 일을 다했다”고 언론에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