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의 주인공인 최원균 할아버지가 1일 오후 경북 봉화군 해성병원에서 8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최 할아버지는 평생을 함께해 온 누렁이 황소와 마음의 대화를 나눠온 할아버지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순수한 교감을 다뤄 온국민에게 심금을 울리게 하며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고인은 그동안 거동에 큰 불편함 없이 생활했으나 지난해 11월말 부터 통증을 호소해 병원을 찾은 결과 폐암말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최 할아버지는 이후 10여개월 동안 암투병을 하며 병마와 싸웠으나 최근 병세가 악화되면서 결국 이날 운명을 달리했다.

고인은 진단을 받기 전까지도 논과 밭을 오가며 농사일을 손에서 놓지 않는등 농촌에 애착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할아버지는 농촌에 묻혀 평생을 평범한 농부로 살아왔으나 2009년 1월 워낭소리가 극장에서 상영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워낭소리’는 평생 농사를 지어왔던 촌로와 수십년간 피붙이처럼 지낸 소의 기막힌 인연과 이별을 기록한 독립영화로 도시화 속에 묻혀진 고향산하와
아버지의 삶, 노동에 바친 육신과 그 육신을 떠받쳐온 짐승, 묵묵한 남편과 이를 운명처럼 감내한 부인 등 현대인이 잊고 지내는 감성을 일깨우며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며 30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최 할아버지는 영화개봉 이후 조용한 생활 터전이 도회지 사람들이 몰려들며 관광지가 되고, 가족들의 신상이 무차별 노출되는 등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워낭소리를 제작한 이충렬 감독은 "안타깝고 애통하다”며 “당신만의 방식으로 잘 살아가시던 분의 삶에 들어가 영화로 세상에 알려지게 한 것이 잘 된 일인지 잘 못된 일인지 여전히 마음 한편이 죄스럽고 무겁다, 내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좋은 가을날 할아버님과 할아버님이 좋아하시던 소가 함께 거닐고 일하고 있을텐데라는 생각도 든다"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신 만큼 이제는 이제는 부디 편안하게 쉬셨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발인은 오는 4일 봉화해성병원. 유족으로는 부인 이삼순씨와 5남 4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