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사원에서 STX그룹의 회장에 오르며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려온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STX해양조선의 경영난이 그룹 전반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채권단 지원에 의지했던 강 회장이 채권단의 사퇴 압력에 버티지 못하고 결국 그룹 경영에서 사퇴했다. 강 회장은 채권단의 사퇴요구에 대해 거절했었다.

하지만 강 회장은 9일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해양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쓰러져가던 쌍용그룹의 쌍용중공업을 인수해 승승장구하며 2001년 STX그룹을 출범시킨 지 12년 만에 그룹의 정점에서 하산을 선언한 것이다.

STX는 작년 말 기준 재계 순위 13위(자산기준·공기업 제외)그룹까지 등장했다.
STX조선해양은 9일 이사회에서 채권단이 추천한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과 류정형 STX조선해양 부사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이로써 강 회장은 STX조선해양에서 맡고 있는 직위에서 모두 물러나게 됐다.

앞서 STX조선해양 채권단은 지난 3일 강 회장에게 대표이사직 사임을 요구했고, 신임 대표이사로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을 추천키로 결정했다. 강 회장을 배제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포석이었다.

강 회장은 이사회에서 “경영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채권단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강 회장과 STX 측은 당초 “사임 요구는 채권단의 월권(越權)행위”라며 맞섰으나, 이사회에선 순순히 결정을 받아들인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신임 대표이사 선임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STX조선해양이 채권단과 맺은 자율 협약(채권단 공동 경영)을 부정하는 것이 돼 채권단으로부터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없다”며 “강 회장이나 이사회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이사 선임은 27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강 회장 사임으로 STX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 작업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채권단 측도 “신임 경영진이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이미 STX조선해양에 8500억원 규모 자금을 지원했고, 2017년까지 추가적으로 지원하는 금액만 2조2000억원 정도에 이른다.

채권단은 STX조선해양과 STX중공업, STX엔진 등 조선 계열사는 살리기로 방침을 정하고, 정상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공업과 엔진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각각 35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