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정조사 특위는 16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첫 청문회를 열었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국정원의 인터넷 댓글을 통한 선거개입 의혹과  댓글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은폐· 축소됐다는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그러나 원세훈 김용판 증인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사건의 진상 규명이 어려움을 겪었다.

두 증인은 특히 선거개입 혐의 등으로 자신들을 기소한 검찰의 공소장 내용을 부인하는 한편, 재판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국정조사 사상 처음으로 증인 선서를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불리한 질의가 나오면 적극 대처하며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 김용판 전 청장은 이날 오전 10시 청문회 시작부터 출석했고 건설업자 금품수수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된 원 전 원장은 오후 2시 출석했다.

원 전 원장은 댓글 개입을 대북 심리전이라고 주장하며 대선 개입이었다면 직원들의 양심선언이 있었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원 전 원장은  "북한이 2009년부터 사이버전을 강화함에 따라 국정원도 대북심리전단을 편성했고 그 활동의 일환으로 댓글 작업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이 우리 인터넷을 해방구로 활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또 심리전단의 댓글 작업에 대해 "사건이 터지고 난 다음에야 알았다"면서 '노무현 정부' 때도 국정원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등의 사안에서 홍보성 댓글작업을 했다며 물타기를 시도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자신을 기소한 것과 관련, "동의할 수 없다"면서 "대선개입을 지시했다면 아마 양심선언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왜 거부했느냐는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대화록 내용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은 앞서 검찰 공소장에 대해 "검찰 공소장 전체 내용을 인정하지 않는다. 전면 부인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청장은 지난해 12월16일 경찰의 댓글사건 중간 수사결과가 '댓글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요지로 발표돼 은폐·축소수사 논란을 부른데 대해 "허위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재판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면서 "당시 직원들이 허위로 분석했다는데 동의하지 않고 지금도 직원들을 신뢰한다"고 답변했다.

당시 12월16일 심야에 발표가 이뤄진 것은 이 사건이 정치권의 핫이슈였는데다 일부 언론이 특종보도하려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청장은 중간 수사결과 발표일 오후 당시 박원동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과 한 차례 통화한 사실이 있다면서, 당시 박 국장이 자신에게 "경찰이 (수사를) 다 끝내놓고 정치권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가 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김 전 서울청장에게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 12월 15일 오찬 상대를 추궁했으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대선 당시 새누리당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 주중대사와의 통화는 부인했다.

이날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정원 사건을 '민주당의 실패한 정치공작이자 매관매직 사건', '여성 인권유린 사건'으로 규정하고 제2의 김대업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조직적인 댓글을 통해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고, 12월16일을 'D-데이'로 설정해 경찰이 당일 밤 11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 대한 비방·지지 게시글이나 댓글을 게재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은폐·축소 수사결과를 발표했다고 추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