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전국적으로 열린 국정원 국정조사 대선개입 규명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국을 뒤흔들었다.

서울광장에서는 민주당이 장외투쟁 10일째를 맞아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촉구 2차 국민보고대회'에 이어 시국회의 주최 '제6차 촛불집회'가 연속해 열렸다.

한낮 전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린데 이어 불볕더위가 이어졌지만 국정원 국기문란 행위를 바로세우려는 촛불행렬은 촛불집회 시작 이후 최대규모로 대정부 압박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이날 좋으면서도 고민에 빠졌다. 반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표창원 전 경찰대교수 등은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아 대조를 보였다.

민주당은 이날 당차원에서 총동원령을 내려놓고 2차 국민보고대회를 개최한 뒤 시민단체 촛불집회에도 적극 결합했다. 주최측 추산으로 당 행사에는 3만명, 촛불집회에는 10만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파악되자 한껏 고무된 분위기였다.

그러나 눈치보기에 들어갔다. 자칫 종북세력, 대선불복으로 비쳐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역력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부정선거로 치러진 작년 대통령선거 무효 소송을 낸 상태다. 대선불복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 불인정을 분명히 한 상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선명성있게 국가기관 개입과 공무원의 정치중립 의무 위반에 의한 명백한 부정선거로 규정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대표와 한묶음으로 비쳐질까 거리두기를 계속했다. 참가자들 사이에서 정권 퇴진 구호와 과격 발언에 집회 내내 안절부절하는 모습이었다.

시민들의 요구와 같이하지 못하는 정당의 한계를 보인 것이다.

민주당은 오후 5시30분부터 2차 국민보고대회에서 의원들의 합창과 독창 등 노래를 부르는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했다.

각지에서 당원·대의원을 태운 단체버스들도 속속 광장 주변에 도착하자 행사 시작 전 참석자들에게 태극기를 나눠주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를 맡은 개그맨 노정렬씨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하며 "쥐죽은 듯 박수를 조그맣게 치니 쥐XX들이 득세한다", "'이명박근혜'에게 국민과 상생하라고 했더니 국민 살생하고 있다. 결국 4대강을 죽이고 내 반쪽인 노무현도 죽였다"고 발언하자 참석 의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못했다.
노씨는 행사 말미에 "관권 부정선거, 대통령이 책임져라"는 대선불복성 구호도 외쳤다.

행사가 끝나자 민주당은 촛불집회 무대로 옮겼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의당 천호선 대표, 심상정 원내대표 등을 사이에 두고 이정희 대표 등 통합진보당 인사들과는 6~7ｍ 떨어진 곳에 앉았다.

나머지 의원들은 흩어져 시민들 사이에 앉는 등 자리 배치부터 통합진보당과 거리두기에 나섰다.

촛불집회가 시작되자 서울광장에는 5만여명(주최측 추산, 경찰추산 1만6천명)이 운집했다.

박석운 진보연대 공동대표는 "국정원이 헌법과 민주주의를 무시하고 있는데 헌법을 수호할 책임이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계속 모르는 일이냐고 우길 거냐'며 "박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직접 나서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경찰이라면 범죄 혐의를 확안했을 때 사냥개처럼 쫓아가 진돗개처럼 물어야 하지만 지난해 12월 경찰은 범죄 혐의를 포착하고도 그러지 못했다"며 "경찰이 범죄자가 남긴 증거를 인멸해주고 거짓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표 전 교수는 또 "시간과 역사는 진실과 정의의 편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며 "전두환 독재 정권과 히틀러 나치 통치가 영원하지 않았듯 이번 국정원 개입은 다음 정권에서 혹독히 처벌 받을 것"이라고 강력히 정부를 규탄했다.

김한길 대표가 이 대표와 연달아 무대에 오를 경우 '종북·대선불복연대' 인상을 줄 것을 우려해 연설 마이크도 김한길 대표 대신 전병헌 원내대표에게 잡도록 했다.

이처럼 통진당과의 거리두기에 나섰던 민주당. 돌아온 건 야유였다.
전 전 원내대표가 단상에 올라 연설하는 도중 "민주당 똑바로 잘해라", "그만 내려가라" 등의 야유가 쏟아졌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유린된 민주주의를 회생시키고 짖밟힌 주권을 사수하기 위해 시민의 광장에 깨어있는 시민과 함께 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찾아내 재발 방지와 대통령의 사과,국정원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정신 못차리고 있지만 선거 결과를 바꾸자는 것은 아니니 너무 쫄지 말라"는 말에는 시민측에서 야유가 쏟아져나왔다.

시민들은 '박근혜 하야'가 적힌 피켓을 올리며 "그게 아니다! 민주당 나가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결국 전 원내대표는 시민들의 야유 소리에 묻힌 채 발언을 다 끝내지도 못하고 서둘러 단상을 내려왔다. 

이 대표와 정의당 천 대표의 연설 때에는 환호가 쏟아졌다.

이 대표는 인사말에서 "수구세력이 '종북 세력과 손잡으면 위험하다'며 민주주의 세력을 갈라 놓으려 하고 있지만 이 같은 분열공작에 또 당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더욱이 곳곳에서 일부 시민들이 '부정선거 원천무효', '박근혜 물러가라·하야하라' 등의 구호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