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의 표준특허를 부분 침해했다며 애플의 구형 아이폰과 아이패드 제품의 미국내 수입을 금지한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마이클 프로먼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3일(현지시각) ITC에 보낸 서한에서 "무역정책실무협의회(TPSC), 무역정책검토그룹(TPRG), 관련 당국, 당사자들과의 심도 있는 협의를 거친 결과 ITC의 수입 금지 결정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애플의 아이폰4, 아이패드2 등 애플의 구형 제품들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조치가 5일부터 해제된다.

USTR는 "수입 금지 조치가 미국 경제의 경쟁에 미칠 영향과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 등 다양한 검토 내용을 기반으로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거부권 행사 이유를 설명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ITC의 결정 거부권 행사는 25년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행정부가 준사법적 독립기구인 ITC의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임 시절인 지난 1987년 삼성전자의 컴퓨터 메모리칩 관련 분쟁 이후 약 25년만에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번 결정은 오바마 행정부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표준특허 남용 금지에 대한 의지를 확인한 것이란 분석이다.

프로먼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날 ITC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도 표준특허 남용에 대한 지적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프로먼 무역대표는 서한에서 "표준특허 보유자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특허 사용자에게 사용권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이른바 '프랜드(FRAND) 원칙'을 언급했다.

ITC는 지난 6월 초 애플의 구형 제품들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일부 침해한 것으로 규정해 일부 제품을 미국 내 수입 금지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는 60일 내에 거부권 행사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지난 60일동안 미국 정치계와 업계가 미국 무역대표부에 서한을 보내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이날 결정에 대해 애플과 삼성전자는 희비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애플 측은 "삼성전자는 특허를 악용했다"며 "혁신을 보호해준 행정부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애플이 당사 특허를 침해하고 라이선스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음을 인정한 ITC의 최종 판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