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그룹 계열사 돈 유용 혐의를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검찰이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9일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SK그룹 최태원 최재원 총수형제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최태원 회장에게 징역 6년, 죄재원 수석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각각 구형햇다.

최태원 회장에게는 1심 때 구형량보다 2년이 더 늘었다.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와 장모 SK 전무에게는 징역 4년과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최 회장이 최종 결정권자로서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횡령 범행을 주도했다"며 이같이 구형했고 최 부회장에 대해서는 "최 회장에 비해 책임이 다소 가볍더라도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1심 결심공판에서는 최 회장에게 대법원 양형기준상 최하한형인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당시 최 회장의 구형량을 놓고 윗선에서 검찰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검찰은 이를 의식한 듯 약 40분 동안 의견을 진술하면서 최 회장에 대한 양형 의견을 밝히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검찰은 "회사 임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범행을 지시한 뒤 증거를 은폐한 점을 양형 가중요소로 인정할 수 있다"며 "피해회복 등 감경요소는 전혀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수차례 진술을 번복한 것과 관련 "범행을 은폐하면서 법 집행기관을 철저히 무시하고 우롱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무소불위의 현대판 리바이어던 같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잘못된 판단에 따라 벌어진 일로 시비를 가리는 데 2년 넘는 시간을 보내 자책과 회한이 앞선다"며 "SK 임직원의 명예에 상처를 입힌 점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계열사에 돈을 투자하라고 잘못 지시한 책임은 내가 져야 한다"면서도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자신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종전입장을 계속햇다.

선고 공판은 다음달 9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최 회장은 2008년 10월 말 선물·옵션 투자를 위해 SK텔레콤 SKC&C 등 계열사에서 45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작년 1월 기소돼 지난 1월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전격 구속됐다.

검찰 수사에서 범행을 자백했던 최 부회장은 1심에서 공모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