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화물사업본부장을 전격 경질하고 조원태(37) 부사장이 화물사업본부장으로 임명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조양호(64)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부사장에게 화물사업본부장까지 겸직하도록 했다. 현재 조 부사장은 경영전략본부장과 그룹경영지원실 부실장을 맡고 있다. 화물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강규원 전무는 미주지역본부장으로 전보조치됐다.

정기인사철도 아닌 상태에서 전격 단행된 인사에 대해 업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보수적인 조직문화로 정평이 날만큼 중시해온 정기인사 관례를 깨고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한 것은 두가지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후계구도와 관련된 인사적인 측면과 화물수송 실적 악화에 대한 비상대책 차원이란 다목적 카드라는 것이다. 

우선 조원태 부사장의 사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30대의 이른 나이에 경험 축적을 할 새도 없이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조 부사장의 그룹내 비중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경영전략본부장과 여객사업본부장, 그룹경영지원실부실장에다 화물사업본부장까지 독점시킴으로써 회사내 모든 업무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더욱 강화시켜 경영수업중인 자녀들 가운데 차기 후계자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독점적 업무집중과 관련 일각에서는 '봉건적 영주시대'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조직문화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영실패시 그만큼 무한책임을 지어야하지만 그렇지 않고 무한권력만 누리는 봉건전제군주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연륜과 경험이 축적된 임원들의 인사를 예측불가능한 좌충우돌식 인사를 하게된다면 조직전반의 안정과 체계가 흔들릴 수 있어 중장기적 측면에서 구성원의 불안심리가 더욱 커져 마이너스가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명예퇴직 실시가 빈번해지면서 조직의 충성도가 약화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인사는 대한항공 내 사업실적 악화가 심각한 상황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화물사업 분야의 운송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회사내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진은 올해 상반기 중 채권단과 재무개선 협약을 맺고 채권단 통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조 실장이 그룹 경영상황을 총괄하고 있는 상황에서 화물사업본부장까지 맡은 것은 부진한 사업분야를 직접 챙기고 실적이 부진하면 언제라도 경질한다는 경고성 메시지나 다름없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국내취항 외국항공사 증가와 국내 저가항공사의 외국노선 진출로 여객수송 여건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화물운송 사업까지 악화되고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최근 정기화물 운송 매출이 최근 수년간 1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외국항공사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세계의 공장인 중국발 물량을 상당부분 캐세이퍼시픽이나 에미리트항공 등 주요 외국 항공사들에 잠식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국내 수출이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라 수출제품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최근 항공업계는 '비행기로만 나를 수 있는 화물을 찾아내라'는 특명을 내린 상태다. 업계는 의약품, 화훼 등을 새로운 항공화물 마케팅 상대로 꼽고 관련 법인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조 부사장이 국내 대기업에 대한 법인영업을 강화하면서 물량수주를 강력 권하고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한항공은 국내 대기업 중 가장 큰 고객인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과의 관계강화를 하는데 우선적으로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1,2년 전 최대고객인 삼성이 수출입 물량을 대한항공 화물기 이용 대신 다른 경쟁사와 해외 항공사를 이용하면서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도 상당한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그룹내에는 일부 부서장을 제외하곤 대부분 이번 인사를 계기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지난해 조종사노조와 단체협상을 통해 예전보다 악화된(회사입장에선 유리한) 단체협약을 끌어낸 서 모 부사장과 이 모 부장 등 노무관리 분야는 회사내 기여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