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 본부를 둔 세계 최대 조종사 노조단체인 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가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조사 진행상황을 과잉 공개하고 조사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NTSB가 사고원인을 조종사의 B 777 조종시간 부족과 속도 관련 정보만 공개하며 조종사 과실로 몰고가는데 대한 비판이다.

무엇보다 NTSB 조사 과정에서 기체결함 가능성도 제기됐다. 아시아나사고기 조종사들은 자동속도조절장치(오토스로틀)를 작동시켰지만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NTSB가 조종미숙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조종사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비행경력 9,000시간이 넘는 베테랑 조종사가 속도조절에 실패할가능성은 희박하다.  NTSB 발표만 보더라도 충돌 직전 조종사들은 속도가 떨어진다며 속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한 것으로 블랙박스 조사 결과 나타났다.

ALPA는 9일(현시간) 성명을 내고 NTSB가 사고기 조종석 대화 등을 공개한 것은 시기상조이고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성명에서 "이번 사고 직후 NTSB가 부분적인 데이터를 잘못된 방식으로 공개했다"면서 "이런 불완전하고, 맥락에서 벗어나는 정보는 사고 원인에 대한 수많은 억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협회는 또 "NTSB가 이렇게 빨리 기내 녹음장치의 세부 데이터를 공개한 것은 당혹스럽다"면서 현장 사고조사가 진행되는 중에 이렇게 많은 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조종사협회 연맹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이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ALPA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이 도심 남쪽 바닷가에 위치해 해풍과 육풍이 교차해 바람의 변화가 급격하고, 해무까지 겹치기 일쑤라며 지리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공항 측이 주택가 소음을 고려해서 급한 각도로 활주로에 접근할 것을 자주 요청하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비행기들의 착륙 간격이 짧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또 십자가 모양으로 교차하는 활주로 배치도 문제다.

지난 2007년에는 이륙하려는 비행기와 착륙하려는 비행기가 간신히 충돌을 면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경우에는 아시아나기 사고 당일 고도 정보를 조종사에게 알려주는 장치도 사고 당일 작동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허스먼 NTSB 위원장은 CNN 인터뷰에서 "NTSB 조사 활동의 특징 중 하나는 투명성이다. 우리가 공개한 정보는 사실에 입각한 것으로, 조사 과정에서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허스먼 위원장은 정보 공개에 대한 비난을 의식한 듯 "사고 원인에 대한 성급한 결론은 내지 말자"면서 "확인된 사실만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독일 언론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이라고 비판했다.

독일언론 슈피겔은 하강 속도가 허용치를 넘어서야 할 때도 있다고 지적했다. 슈피겔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할 때 안정감 있게 비행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사고가 나는 건 시간문제였다고 독일 조종사의 멘트를 전했다.

최정호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NTSB의 정보 과잉공개 논란과 관련해 "조사당국으로서는 대형사고이고 언론의 관심이 많으니 사실에 입각에 사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NTSB에 사고조사 브리핑 전에 자료를 우리 조사단에 제공해 양국이 동시에 브리핑하자고 제안해 미국 측이 이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우리 국적기 사고여서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알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