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검찰에 출두한 이재현 CJ 그룹 회장은 16시간 넘게 고강도 조사를 받고 26일 새벽 2시30분 경 귀가했다.

조사를 마친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 히장은 조사 시간 내내 성실한 태도로 임하며 각종 의혹에 대해 차분하게 소명해나갔다.

이 회장은 전날 오전 9시35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변호인과 함께 도착한 뒤 포토라인에서 잠시 멈췄다가 11층 조사실로 향했다. 이 회장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오전 10시부터 신봉수 특수2부 부부장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통상적으로 정·관계 주요 인사나 재계 총수가 검찰에 소환되면 부장검사나 차장검사 등 검찰 지휘부가 간단한 예우를 하던 것과 달리 이 회장과는 별도의 티 타임을 갖지 않았다.

이 회장은 서울중앙지검 내 영상녹화 장비가 설치된 11층 조사실(1123호)로 알려졌으며 호칭은 '회장님' 존칭 대신 '피의자'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실 규모는 약 25㎡(7~8평)로 책상, 의자, 소파 등은 구비돼 있지만 대검 특별조사실처럼 간이침대와 화장실, 수면실, 세면대 등은 마련돼 있지 않다.

이 회장은 조사실 중앙에 위치한 테이블에서 출입문을 등지고 창문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앉았으며, 맞은 편에는 신 부부장이 창문을 등진 채 질문을 던졌다.

수사관 1명도 동석해 조서 작성을 지원했고, 변호인인 이병석 변호사도 신문을 지켜보면서 간간이 답변을 거들었다.

검찰은 이 회장의 변호인이 입회했기 때문에 향후 조사 과정에 대한 적접절차 시비 등의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 진술 내용은 녹화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상 참고인인 경우에는 동의를 구하지 않고 진술 내용을 녹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면 피의자에 대해서는 검찰이 사전에 고지만 하면 조사 개시부터 종료까지 전 과정에 대한 영상녹화가 가능하다.

관심을 모은 대질신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비자금 조성 경위 등을 놓고 신모(57·구속) CJ글로벌홀딩스 대표나 이모(44) 전 재무2팀장 등 전·현직 임직원과 대질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필요성이 없고 이 회장도 원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전했다.

재벌 총수라는 사회적 지위 탓에 검찰 주변에서는 '끼니' 역시 관심사였다. 가장 최근에 검찰에 불려나온 거물급 인사들 중 박지원 의원은 곰탕, 이상득 전 의원은 설렁탕으로 끼니를 때운 바 있다.

이 회장은 오후 12시20분께 신 부부장과 함께 외부에서 배달한 야채죽과 도시락으로 식사를 마친데 이어 오후 6시10분께 외부에서 배달한 도시락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웠다. 식사 때마다 1시간 남짓 가벼운 휴식을 취했지만 조사 도중 따로 휴식을 요구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은 검사 신문에 차분하게 답변을 잘 하고 있다"면서 "혐의 유무를 밝혀야 할 부분들은 전반적으로 다 물어보고 있지만 진술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