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소속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들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20일 국가정보원에 보관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 발췌본을 열람하고, 일부 내용을 공개한 것에 대해 민주당이 고발한데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서상기 정보위원장· 윤재옥·정문헌·조명철·조원진 정보위원과 열람을 허가한 남재준 국정원장, 한기범 국정원 1차장 등 새누리당 의원들과 국정원 간부 등 모두 7명을 고발했다. 

검찰은 24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최성남 부장검사)에 사건을 배당할 예정이다. 검찰은 NLL 사건 수사를 두번째 맡게돼 이번에 어떤 결론을 낼 지 관심이 집중된다.

중앙지검 공안1부는 지난해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의 '노 전 대통령의 NLL 양보 발언' 사건에 대해 수사했지만 무혐의 처리했다.

새누리당 정보위원들은 지난 20일 국정원에 NLL 대화록 열람을 요청했다. 국정원은 이날 3시간만에 열람을 공개를 결정하고 이날 오후 국회 정보위를 찾아 새누리당소속 위원들은 발췌록을 열람시켰다.

열람 내용은 다음날(21일) 조선 중앙 동아 등 주요 신문에 새누리당발로 "노무현 전 대통령 NLL 포기발언 확인했다" 등의 제목으로 소개됐다.

문제는 위법성 여부다. 법조계에서는 NLL 대화록 '열람은 가능하나 공개는 위법'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열람한 발췌본은 공공기록물상 2급기밀에 해당하는 비밀 기록물이다. 공공기록물관리법은 비밀 기록물을 열람한 이가 그 비밀을 누설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비밀 기록물 정보를 약속한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국정원이 해당 발췌본 열람을 허가한 것이 국정원법 위반(정치 개입)인지 여부다. 법조계에서는 국정원이 새누리당의 요청에 수동적으로 열람을 허가한 것이 아니라, 국정원에 대한 대선개입 국정조사 이슈를 피해가기 위해 능동적으로 행동했다면 정치 개입으로 볼 수있다는 해석이다. 

국정원과 새누리당 간에 사전 교감이 있었느냐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통상 국가기밀을 열람하는 데 1주일도 넘게 걸리는 것과 다르게 지난 20일 오후 이례적으로 3시간 만에 열람이 결정된 과정에 양측의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해 대선에서 댓글사건으로 불거진 정치개입 혐의로 원세훈 전 원장이 지난해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지 1주일 만에 또다시 국내정치 개입 의혹에 빠지게 됐다. 

하지만 검찰이 정치적 부담을 떨쳐내고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 지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지난해 국정조사에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을 했다고 폭로하면서 대선 직전까지 색깔논쟁으로 비화될 만큼 이슈가 됐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으로 있을 당시 업무상 취득했을 정보를 누설했다(공무상 취득기밀 누설)는 논란을 겪었지만 검찰은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현행 대통령 기록물관립법은 대통령 기록물법상 국회의원 2/3 이상의 동의로 공개를 요구할 경우 일부 열람할 수 있다. 

정 의원에 대한 수사에서 정 의원이 본 발췌본 원본에 대해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논란이 일자 공공기록물로 해석해 정 의원을 기소하지 않은 바 있다.

검찰은 정 의원의 허위사실 공표 논란에 대해서도 혐의없음으로 결론지은 바 있다. 검찰은 국정원의 발췌본 원본을 열람한 후 "노 전 대통령이 NLL 양보 발언을 했다는 주장을 허위로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수사에서도 국정원이 새누리당 정보위원들에게 열람토록한 부분도 정 의원 수사때와 같은 판단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결국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대화록 공개에 속내가 일치해 원본과 녹음파일까지 공개돼야만 국민들의 궁금증이 완전히 해소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