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당국회담 무산과 관련 무산의 책임이 북한은 물론 청와대와 정부에도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 취임 초 북핵 실험과 관련해 박근혜-문희상 전 비대위원장간에 대북 문제는 초당적 대처가 필요하다며 합의하기도 했지만 양측이 상호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야권이 모처럼 찾아온 남북당국회담 무산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의 경직된 태도를 보이면서 성과를 떠나 대화자체를 무산시켰다고 비판하자 청와대는 양비론은 북한에 면죄부를 주는 것, 굴욕을 당하는 대화는 진실성이 없다며 민주정부 시절의 남북대화를 폄훼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다시 재반박하고 나선 것.

박지원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12일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나오라고 했던 우리 정부의 요구가 문제였다"면서 "차라리 총리급 회담으로 격상시키자"고 제안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특사로 활동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해 "북한이 진실성을 갖고 대화하려고 하는 것만큼은 사실인 것 같다"며 "우리가 김 부장이 나오도록 강요한 것이 문제가 있었지 않나 본다"고 밝혔다.

박 전 원내대표는 "김 부장은 장관급이 아니라 우리 정부에 대입시킨다면 부총리급"이라며 "김 부장이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함께 장관급 회담 수석대표로 나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류 장관과 김 부장의 회담을 원한다면 차라리 총리급 회담으로 격상시켜 현안을 풀어나가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회담 재개 여부에 대해 "격을 따지느라 본질이 호도돼선 안되기 때문에 남북 모두 미국과 중국 등의 정세를 봐서라도 곧 조정해서 회담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청와대는 "회담 무산 책임이 남북 모두에게 있다는 양비론은 북한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북한의 잘못된 부분을 바르게 지적해 줄 때 발전적이고 지속 가능한 남북관계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국회 대정부질의 답변에서 대화라는 것은 격이 맞아서 서로 수용할 수 있어야지 일방적으로 굴욕을 당하는 대화는 진실성이 없는 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도 13일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는 일의 절실함이나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소모적인 기싸움으로 한반도 평화라는 본질을 놓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는 남북회담에서 굴종이나 굴욕은 안 된다고 하면서 국민의 자존심을 자극하고 있다"면서, "이제까지의 남북 관계는 모두 굴종이었다는 듯이 말한다면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