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대학에서 11일부터 세차례 열릴 예정이던 '5.18광주민주화운동 특별강좌'가 전격 취소됐다.

강의장소를 제공키로 했던 대학 측이 장소 사용허가를 갑자기 취소통보했기 때문이다.

대구교대는 지난 10일 특강 주최측인 <5.18 구속부상자동지회 대구경북지부>에 특강 장소사용을 불허했다.

대학 측은 시설물 사용요청에 대한 회신'에서 "교내 주차공간 부족과 대학원생들의 야간수업 등 내부구성원들의 불편 폭주, 각종 민원이 제기돼 강의실 사용요청을 허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특히, "특강이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바르게 알리는데 의미있는 사업이지만 요청 검토 결과 교육환경시설 부족으로 대여에 어려움이 있다"며 "현재 증축에 따른 주차 공간 포화상태로 최종적으로 대여를 불허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 측이 밝힌 장소사용 불허의 이유 중 하나인 민원 제기는 극우보수성향 사이트인 일간베스트 회원들의 항의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5.18 구속부상자동지회 대구경북지부>는 장소 사용허가 이유가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5.18 특별강연 장소 사용 취소가 일간베스트 회원들의 항의가 있은 뒤 특강 하루 전 학교에서 특강을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5.18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는 11일과 18일, 25일 모두 3주에 걸쳐 대구교대에서 '일베에게 상처받은 벗들을 위한 5.18광주항쟁 특별강좌'를 열기로 했다.

11일에는 '끝까지 도청에 남은 사람을 기억하자'를 주제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18일에는 '박정희와 광주-나의 일베 전투기'를 주제로 팝아티스트 낸시랭과 강영민씨가, 25일에는 '내 마음속의 5월-기억 속의 광주, 예술 속의 광주'를 주제로 홍성담(1980년 당시 광주 시민군) 작가가 강연을 할 예정이었다. 

대구교대 학생회는 지난 5월말 학생처에 특강 신청을 내고 최종 승인을 받아 교내에 행사관련 플래카드를 게시해 학생과 시민들에게 특강일자를 알려왔다.

그러나 이때부터 일주일 동안 '일베' 회원이라고 밝힌 익명의 항의전화가 교대 총장실과 학생처, 사무처에 수십통 걸려와 학생처는 "항의전화가 많이 걸려온다"는 이유로 학생회에 "특강 승인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5.18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는 지난 9일 대구교대 사무국과 대구지방보훈청에 직접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 특강관련 "대구교대 강의실 사용"을 요청했다.

그러나 대학사무국 역시 대여를 "불허"했고 대구지방보훈청도 "강제 할 수 없다"며 장소사용 허가에 협조하지 않았다.

현행 '5.18민주화운동특별법'은 정부는 5.18 정신계승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제5조)고 명시했고 '5.18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법률은 '5.18관련 기념ㆍ추모사업 실시'를 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보훈기본법'도 공훈선양사업 추진을 하도록 명기했다. 

5.18 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 측은 "왜곡되고 있는 5.18의 진실을 알리고 선양해야할 국가기관이 오히려 일베의 반대를 이유로 시설물을 사용하는데 도움을 달라"는 요청을 묵살했다"며 "도대체 어느나라 국가기관이 민주주의를 지켜낸 광주 5.18 정신을 묵살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보훈처 수장부터 지청장까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인물인지 의심이 간다는 것이다.

5.18 특강에 일베가 개입해 행사를 무산시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를 욕보이는 일베의 게시물을 반사회적 글이라며 삭제 조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