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월드컵 최종 리허설로 본선2차전 상대인 가상의 아르헨티나인 스페인과의 최종평가전에서 1대0으로 아깝게 지긴 했지만 가능성을 남겼다.

8년전 2002 한일 월드컵 대회를 연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2002년 5월 26일 최종 평가전으로 프랑스를 불러들여 경기력을 시험했다. 당시 한국은 프랑스를 맞아 주눅들지 않는 투혼을 발휘하며 프랑스 골문을 공략하며 2골을 뽑아내는 득점력을 발휘하며 3대2 한골차로 승리를 놓쳤다.

한국은 이후 유럽팀에 취약했던 모습을 깨고 본선에서 폴란드와 포루투갈, 스페인까지 무너뜨렸다.
한국은 예전같지 않게 강팀을 만나면 더욱 기세를 올리며 투혼을 발휘해 상대를 괴롭힌다.

이번에도 그랬다.

실제 한국은 이번에도 최종 평가전 상대로 8년만에 다시 만난 스페인을 택해 상대 골기퍼와 1대 1로 맞서는 기회를 잡는 등 우승후보인 스페인의 골문을 위협하며 상대 공격은 철저히 차단하며 철벽수비로 전반전에 상대공격을 무력화시키며 한골도 내주지 않았다.

급기야 답답해하던 스페인은 아껴뒀던 세계최고수준의 공격진을 모두 투입하면서 한국골문을 뚫으려 했지만 좀체 뚫리지 않았다.

스페인은 2002년 상대했을 때보다 더욱 강해져 피파랭킹 2위에 오르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팀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스페인을 괴롭혔다.

로이터통신은 "나바스그 스페인을 구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은 남아공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평가전에서 잘 조직된 플레이를 펼쳤다"고 평가했다.

전통적으로 한국은 덩치가 큰 유럽팀보다 체격이 작은 남미팀을 상대로해서는 더욱 좋은 경기력을 보여왔다. 우승후보인 아르헨티나를 맞아서도 메시를 막아내는데 성공한다면 상당한 선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박지성도 이날 경기를 보고 자신감있는 평가를 냈다. 박지성은 "강팀과의 경기가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며 "2002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예감했다.

박지성은 프랑스와 평가전 당시 세계 최고수비수로 꼽혔던 드자이의 벽을 뚫고 왼발 강슛으로 상대 골네트를 흔들었고 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자케 전 프랑스감독은 "한국의 전력은 8강 그 이상"라고 평가했다.

스페인도 한국을 상대로 전반에는 비야 사비 알론소 등 주전을 쉬게 했지만 간간이 스페인의 문전을 위협하는 한국에 결국 이들을 모두 투입하고서야 간신이 득점에 성공했다.

한국은 최종 평가전 내용도 시간이 지나면서 A매치 강팀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질적으로 좋아지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최종평가전 종합전적에서 3승 1무 3패를 기록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때는 최종평가전을 치르지 않고 출전했고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는 페루의 프로팀(알리안사)와 평가전을 갖고 2대0(차범근 최순호)으로 승리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때는 독일프로축구팀인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3대1(황보관 노수진 이영진)로 승리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때는 온두라스와 평가전에서 3대0(고정운 황선홍 김주성)으로 이겼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는 중국과의 최종평가전에서 1대1(이상윤)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이 최종평가전의 질을 높인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프랑스를 상대로 3대2로 패했고 2006년 독일월드컵때는 가나를 상대로 해 3대1(이을룡)로 패한 바 있다.

최종 평가전에서 유럽팀을 상대로 선전한 경기는 무엇보다 본선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낳았다. 이번 2010남아공월드컵에 기대를 크게 하고 허정무 감독이 원정사상 첫 16강 진출을 자신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한국은 2002년 당시 유럽파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유럽무대에 적응해 좋은 활약을 해준 선수들이 절반이나 돼 그만큼 기대치를 높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