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관계로 고통받는 많은 분들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피맺힌 절규들이 많았습니다. 여러번 국회의원들에게 이야기했지만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했습니다. 작은 변화 하나라도 이루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안 의원이 등원 이후 영세상인들과 첫 정책간담회를 갖고 현실정치에 본격 나섰다. 지난 3일 무소속 송호창 의원, 전국 을(乙) 살리기 비대위,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와 함께 첫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첫 정책간담회는 서민생계를 챙기기 위한 차원으로 영세상인들과 함께하며 우리 사회 약자, 을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첫 출발점이 새정치의 내용이라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안 의원은 "경제적 약자들을 모시고 그분들 말씀을 듣는 간담회가 문제 해결의 조그만 시작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세상인들의 쌓이고 싸였던 가슴속 이야기들이 봇물터지듯 쏟아졌다. 한 영세 대리점주는 라면박스를 뜯어 보이며 고단하고 힘겨운 삶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농심그룹의 횡포에 시달려온 김진택 농심특약점 대리점협의회 대표는 안 의원에게 "이거 얼마인지 아세요? 모르세요?라고 물었다. 안 의원은 예상에 없던 돌발질문을 받고 즉답을 내놓지 못했다.

김 대표는 이어 "천원이요? 서민들이 매일 먹는 겁니다. 안 의원님 모르세요? 이젠 아셔야 합니다. 국회에서만 한다고 되는게 아닙니다"라고 했다. 김씨가 꺼내든 라면은 1개 당 780원으로 5개 묶음은 3,900원이다.

김 대표는 특약점 점주들이 본사에서 라면 1상자당 2만 3천원에 사와서 소비자들에게 2만1,000원에 팔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나 안 의원의 정책간담회 취지와 우리사회의 종속적 갑을관계라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마련해 새정치를 지향하는 안 의원의 본격 민생정치의 출발선은 호응을 얻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라면값을 질문받는 대목에서는 안철수 의원 역시 버스요금, 최저임금도 모른 채 서민정치를 얘기하던 정치인들이 호된 비판을 받았던 그 전철을 되밟았다. 본격 정치행보에 나선 안 의원에게는 값비싼 댓가를 치른 셈이다.

이는 애초 간담회 개최 취지를 넘어 라면값 논란으로 비화되면서 안 의원은 크든 작든 상처를 입게됐다.

트위터 아이디 '가시고기'는 "정몽준이 버스비 몰랐던 건, 천하의 죽일 놈으로 몰아붙이더니, 안철수가 라면값 하나 모르는 건, 떼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찬양하나 보죠. 이런 친노종북이들의 역겨운 이중잣대는 이제 더 이상 논란거리도 아니에요"라고 비판했다.

반면 아이디 jei는 "안철수의원이 라면값을 알건 모르건 중요한 건 갑의 횡포였다. 농심특약점협의회 김진택대표는 농심의 노예계약을 폭로하려 했던 것인데 갑의 횡포는 묻어버리고 안철수 라면값만 크게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유명 정치인들이 알려진 이미지와는 다르게 서민생필품값을 몰랐다가 말만 서민을 위한다는 비판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지난해 새누리당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아르바이트 최저 시급에 대한 질문에 "5000원이 조금 넘지 않느냐"고 답했다가 야권으로부터의 호된 비판을 받았다.  2012년 당시 최저 시급은 4580원이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역시 2002년 당시 시내 버스비를 묻는 질문에 "70원"이라고 답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명박 정부때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2008년 7월 물가 주무장관으로  MB물가52개 물가폭등과 관련해 질문을 받자 "삽겹살을 안먹어서 돼지고기값을 모르겠다"고 해 실소를 자아낸 바 있다. 

정치인이 서민물가와 관련한 대답을 제대로 하지못하면서 치르는 곤욕이 통과의례로 자리잡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