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성향의 뉴라이트 인사들이 집필한 역사교과서가 검정심의 본심사를 통과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뉴라이트 계열의 한국현대사학회가 집필하고 교학사가 출판한 '고교 한국사교과서'가 국사편찬위원회 검정심의 본심사를 지난 10일 통과했다.

앞서 뉴라이트 인사들이 이명박 정권 때 대안교과서라는 명목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펴낸 적은 있지만 정식 교과서 검정과정을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지난 10일 교학사 교과서를 비롯한 8종이 본 심사를 통과했다고 공지했다.
본 심사를 통과한 교과서들은 수정 보완작업을 거쳐 8월30일 최종 합격여부가 결정, 발표된다.

역사교과서가 2007년 교양과정 개정으로 '국정'에서 '검정'으로 바뀐 이후 수정 보완단계에서 탈락한 역사교과서는 없다는 점에서 이번 뉴라이트 역사교과서도 최종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종 합격된 교과서는 각 학교별로 채택 과정을 거쳐 내년 신학기(3월)부터 정식교재로 사용된다.

한국현대사학회는 앞서 2009년 교과부에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이 '자유민주주의체제'라고 명시하도록 압박하자 이명박 정부는 이를 수용해 개정 역사교육과정에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수정했다.

당시 정통역사학계에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는 개념정의조차되지 않은 말이라며 사회 윤리 정치 경제 등 과목에서는 민주주의라고 쓰는 반면 역사 과목에서만 자유민주주의를 쓴다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교육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뉴라이트가 집필한 교과서가 본심사 통과에 대해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은 한국의 역사를 왜곡하며 일본 식민통치에 대해 우호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대부분 과거 친일파들이 보였던 성향과 다르지 않다.

야권은 2일 성명을 내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현안논평에서 "뉴라이트 인사들이 이끄는 한국현대사학회가 집필한 이 교과서의 내용 중 일부 알려진 내용들은 경악할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제 강점기가 조선의 근대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과 안중근 의사를 테러활동을 한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또 5·16 군사쿠데타를 혁명으로 미화하고 4·19 혁명은 학생운동으로 폄하하고 있다"고 교과서 내용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와 역사편찬위원회는 역사교과서의 심사과정을 전면 공개하고 오는 8월30일 최종심의에서 반만년 역사에 부끄럼 없는 올바른 결정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도 지난달 31일 논평에서 "이러고도 역사왜곡 망언을 쏟아내는 일본 극우 정치인들과 집권 자민당을 비판할 자격이나 있냐"며 국사편찬위원회를 비난했다.

진보정의당 이지안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본심사 통과 과정도 의아스러운데다 이 단체가 학술대회를 통해 다른 출판사들의 역사교과서에 좌편향 문제가 있다면서 논란을 부추기고 있으니 참으로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박근혜정부 초반부터 역사교과서 흔들기를 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하며 정부에 "정권에 휘말린 역사교과서 이념논쟁은 국민의 분열만 가중시킬 뿐이다. 국민대통합을 하겠다는 박근혜정부는 MB정부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