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현직대통령으로 5년만에 제33주년 5.18 민주항쟁기념식에 참석해 5.18 정신으로 국민통합. 국민행복을 이루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념식장에는 예년같으면 맨 앞쪽 줄에 앉아 있어야할 유족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광주시의원들의 자리도 텅 빈 채 의미가 퇴색된 반쪽짜리 행사로 치러졌다.

박 대통령이 강조해온 '국민통합' 노력의 첫 단추로 취임 이후 처음맞는 광주민주항쟁 기념일. 국가보훈처가 5.18 광주민주항쟁의 상징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끝내 거부했기 때문이다.

행사 전부터 광주민주화운동기념일. 행사 전부터 유족과 5.18 관련단체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기념가로 해달라는 요청을 국가보훈처는 천박한 인식을 드러내며 끝내 거부했다.

광주광역시와 5.18 관련단체, 광주지역시민사회단체 등 310개 기관단체로 구성된 '5.18 공식기념곡 추진대책위원회는 16일 "박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와대마저도 외면했다.  

이에 반발해 5.18 기념행사위원회는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기념곡 지정을 위한 100만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5년만에 참석했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논란은 '광주문제가 박근혜 정부에게는 '불편한 진실'로 여겨지고 있음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실제로 이날 기념식에서 태극기만 손에 쥔 채 노래를 부르지 않고 듣기만 했다. 행사에 참석했던 민주당 정세균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시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통령도 여당대표(황우여)도 일어서긴 했지만 대통령은 끝내 따라 부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가슴 속에서 무엇이 확 올라오는 느낌이었다"며 "도대체 왜,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위로하는 일이 이렇게 어렵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 16일 "임을 위한 행진곡은 노동.진보단체 민중의례때 애국가 대신 불리는 노래로 정부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일어나 주먹을 쥐고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제창의 형태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5.18 기념행사위원회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으로 공연을 강행한 국가보훈처에 대해 "5.18에 대한 현 정부의 인식수준을 드러낸 것"이라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퇴출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에 반발해 5.18 관련단체와 광주지역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5.18 민중항쟁 33주년 기념행사위원회'는 정부 주관행사에 불참했다. 

국가보훈처는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국민통합 대신 논란만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게됐다.

박 보훈처장은 임명된 이후 보훈처 메인 홈페이지는 6.25 참전이나 천안함 사건 등 국군관련에 대해서는 극진한 대우를 했지만 5.18에 대해서는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다.

5.18 관련단체들은 박 보훈처장이 육사 27기 출신으로 광주민주항쟁을 폭동으로 규정했던 전두환 노태우 군사독재와 같은 인식의 궤를 같이하고 있는데서 온 편향된 인식을 보여준 것으로 보고 있다.

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식에서 제창이 아닌 합창으로 결정한 이유가 데모 현장에서 주먹쥐고 흔들며 부르는 노래 정도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였다.

보훈처는 지난 16일 제창 대신 합창 이유로 "'임을 위한 행진곡'은 노동.진보단체 민중의례 때 애국가 대신 불리는 노래로 정부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일어나 '주먹을 쥐고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18일부터 10일간 전두환 계엄군과 맞서 싸우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숭고한 희생된 영령의 영혼결혼식때 불려진 이후 해마다 5.18 기념일에 불리며 5.18 광주민주항쟁을 기리는 노래로 불려왔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이듬해인 1981년 5월18일부터 추모행사를 가지려 했지만 육사 출신 군부쿠데타 정권은 경찰을 동원해 탄압을 가했다. 하지만 5월 정신 계승을 위한 운동은 계속됐다. 

김영삼 정부는 1997년 5월 '법정기념일'로 제정했다. 이후 '임을 위한 행진곡'은 합창으로 불려왔고 대통령도 참석하는 정부기념일로 치러졌다.

1990년 6월6일 광주민주화운동관련자보상등에관한법률 제정돼 피해자 보상과 명예회복, 기념사업도 이뤄졌고 5년뒤인 1995년 12월19일 5.18 민주화운동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으로 전두환 노태우 등 군부쿠데타 주범들도 감옥으로 보냈다.

이들의 만행으로 인한 피해(정부 공식집계)는 2001년 12월 18일을 기준으로 사망 218명, 행방불명자 363명, 상이자 5,088명, 기타 1,520명으로 총 7,200여명에 이른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법정기념일 제정 이후 공식 기념가로 지정됐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부터 역사적 퇴행을 거듭했다.

이명박 정권은 2007년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 광주민심을 얻기 위해 5.18 민주묘역을 찾아 묘역을 둘러보며 영령을 추모하는 것처럼 보이려했다가 상석에 구둣발을 올려놓는 무례를 범해 5.18 정신을 모독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의 본성(?)은 당선되자 그대로 드러났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 5.18기념일에 참석했지만 이듬해인 2009년부터 내리 4년 동안 불참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도 천대받기 시작했다. 은 2008년까지만해도 참석자 전원이 함께 부르는 제창으로 했지만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9~2010년에는 식전행사로 밀려낳고 2011~2012년에는 합창단만 부르는 공연으로 약화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한술 더떠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다른 기념가를 만들겠다는 발표까지 내놨다.

보훈처는 독립유공자와 6.25 한국전쟁 피해자와 함께 나라의 민주주의에 목숨을 바친 광주민주열사들을 챙겨야할 책무를 내팽기친 셈이다.

광주의 상처를 보듬고 국민통합을 이루어가는데 부적합한 인물이란 지적이다. 육사 27기로 광주민주항쟁을 군대를 사병화해 무력진압해 내란죄로 구속됐던 전두환 쿠데타 세력의 직속 후배여서 5.18은 그에게 불편한 진실이고 임을 위한 행진곡은 주먹쥐고 흔들어대며 부르는 노래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때만해도 국가보훈처장은 김구 선생의 아들이 맡는 등 최대한 모두가 존경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국가보훈처 비판 줄이어, 부적격자 박승춘 보훈처장 퇴진하라 요구도 

국가보훈처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5.18 단체는 물론 야당을 넘어 여당 중진의원들까지 한목소리로 비판에 가세했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에 대한 퇴진 요구도 나왔다. 당장 5.18 관련단체들은 "(자질없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국민대통합’ 약속을 지키겠다면, 그 시작은 33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우리나라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내부화합과 통합이 중요하다. 쉽지 않은 길이고 역대 어느 정권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 가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국민대통합을 약속했다"며 박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을 요구했다. 이명박 정권처럼 한번 생색내기로 그치지 말라는 뜻이다. 

박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5.18 기념식 참가일정은 아직 없으며, 국가보훈처는 또다시 <님을 위한 행진곡>을 퇴출시키려 하고 있다. 지난 4년간 단 한 차례도 5.18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음은 물론, 광주시민의 피와 한이 깃든 노래 <님을 위한 행진곡>을 빼고 <방아타령>을 식순에 넣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전혀 다를 바 없다"고 재차 비판했다.

박주선 의원은 또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한국 민주화의 숭고한 가치이자 상징"이라며 "김영삼 정부는 우리와 우리 자손들에게 숭고한 애국ㆍ애족정신의 귀감으로서 항구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2011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5.18 민주화운동의 가치와 유산은 전세계인이 ‘세계 민주주의의 소중한 역사’로 인정하고 있다고 상기했다.

                                              김현철 "5.18 빼놓고 얘기할수 없고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상징곡"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장도 "1983년 연금기간 중에 23일간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했는데 그것도 5.18을 기념하기 위해서 하셨던 것"이라며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김 전 소장은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는 노래다"며 "그걸 상징하는 노래이기 때문에 또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정부행사로 또 승격까지 됐었지 않느냐. 그것을 가지고 뭐 합창을 하느니, 제창을 하느니 이런 식으로 논쟁을 벌이는 것 자체가 참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소장은 "참석자 분들 중에 혹시 정부의 높으신 분들이 부르기 싫어서 그러는 거 아니냐는 것과 관련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이것이 뭐 일부에서는 애국가 대신에 일부 단체에서 그렇게 부른다, 이런 식으로 호도하고 왜곡을 하던데 그것은 전혀 다른 내용"이라고 일갈했다.

김 전 소장은 "저는 절대 제창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그렇게, 살아있는 역사를 왜곡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국민대통합 위해 제창해야, 주먹쥐고 흔들지 않겠다는 약속이라도 하란 뜻인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도 17일 "국민대통합 정신을 위해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해야 한다"며 국가보훈처의 결정을 비판했다.

하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5·18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혼란의 1차적 책임은 명백히 보훈처에 있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정부행사로 승격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5·18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다함께 제창을 했던 것이냐"면서 "'주먹을 쥐고 흔들며' 부르지 않겠다고 약속이라도 해야 기념식장에서 제창할 수 있다는 게 보훈처의 뜻이냐"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하 의원은 또 "프랑스 국민들이 국기를 흔들고 주먹을 휘두르며 국가(國歌) '라 마르세이즈'를 부르는 모습을 전 세계인들이 거의 매일 지켜보고 있다"며 "노래에는 고유한 역사성이 있기 때문에 침략과 독재에 맞서는 노래는 대체로 전투적이기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하 의원은 "그걸 무조건 부정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보훈처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보훈처의 처신이 논란을 확산하자 박 대통령은 직접 행사에 참석해 "5.18 정신으로 국민통합과 국민행복 시대로 나갈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는 광주 유족들에게 완전한 다독임의 손길이 못됐다는 지적이다. 적어도 국가보훈처장을 교체하는 정도가 돼야 진정한 5.18 정신을 계승하고 국민통합으로 나아가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국민의 가슴에 와닿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