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통행제한 조치 23일째 계속되면서 정부가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자간 실무회담을 제안했다.

지난 11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대화제안 성명 이후 2주만으로 이번에는 좀더 구체적으로 회담을 제안했다.

회담의 주체도 '남북 당국간'임을 분명히 했다. 구체적인 당국간 회담 제의는 새 정부 출범 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관련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11일에 비해 오늘은 한 단계 나아가 구체적인 당국간 실무회담이라는 수준도 말하고 구체적 날짜도 제기한 것"이라면서 "진전된 대화 제의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회담제안에 대안에 대한 답변시한도 못박았다. 정부는 회담을 제의하면서 만 하루뒤인 26일 오전까지 답변을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번의 당국간 회담마저 거부한다면 중대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개성공단 유지·발전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는 정부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김 대변인은 '중대한 조치'의 내용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북측이 제의를 거부한다면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측 체류인원 전원 철수나 공단 폐쇄 같은 극단적인 조치가 될 가능성도 부정하지 않았다.

일종의 용단을 내리라는 압박인 셈이다. 그동안 정부는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해 북측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는 입장을 보여왔다. 보수언론에서는 달러벌이인 개성공단 가동중단은 북한에 손해라며 북한이 손들고 나올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습게 보는 인식이 깔려있어 오히려 북한의 반발을 불러오면서 북한이 개성공단 근로자를 철수하고 공단폐쇄 가능성도 남한의 태도에 달렸다며 강수를 들고나와 개성공단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제안은 정부가 다급해지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정부는 개성공단 문제를 어떤 식으로 풀어가느냐에 따라 향후 박근혜 정부 5년간의 남북관계가 좌우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정부가 북한의 거부시 중대조치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선 것은 통행제한 조치가 3주를 넘어가면서 입주기업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물론 생필품 반입 없이 3주 넘게 근근이 버텨온 남측 체류 인원의 생존 문제도 심각해졌다는 판단도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북한이 정부제안에 호응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남한은 개성공단 재가동에 초점을 맞춘 반면 북한은 우리정부와 미국의 적대정책 포기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최고존엄 모독행위에 대한 사과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에 끌려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힘든 상황이어서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기도 어려운 상화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날 국내 언론사 보도.편집국장 오찬간담회에서 "남북한간 예측가능하고 신뢰가능한 관계가 가능한지에 대한 시금석"이라며 "조속한 해결을 바라지만 과거처럼 무원칙한 퍼주기나 적당한 타협을 통한 해결은 새 정부에선 결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때문에 북한이 26일까지 시한을 못박으며 북한의 호응을 끌어내려는 노력은 정부의 진전되고 근본적인 적대정책 전환없이는 대화국면으로 전환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