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설익었다, 라면을 끓여와라" "라면발이 덜 익었다 다시 끓여와" "라면이 짜다 또다시 끓여와" "라면을 왜 다시 안갖고와, 탁 ~"

기내식에 대한 불만으로 여승무원을 폭행해 물의를 빚은 포스코에너지 상무 황모씨가 22일 결국 보직해임됐다.

포스코에너지는 이날 홈페이지에 공식 발표문을 통해 "한 임원의 비상식적인 행위로 많은 분을 실망시켜 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를 오늘부로 보직해임하고 진상을 철저히 파악해 후속 인사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이어 "경영진과 당사자는 향후에라도 해당 항공사와 승무원이 허락한다면 직접 찾아뵙고 용서를 구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포스코에너지는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임직원에 대한 윤리·인성교육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조치는 오창관 대표가 전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에너지는 진상조사를 마무리한 뒤 정식으로 인사위원회를 열어 황씨의 해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황씨는 이번 사건의 여파가 일파만파 번지자 사내에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며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을 당한 여승무원이 소속한 대한항공 측은 포스코에너지가 사과를 함에따라 "일단 회사 차원에서 법적 대응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요 고객사와 대립해서 문제가 악화되는 것은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회사차원에서) 문제가 확대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며 "다만 피해 승무원 개인이 경찰에 고소할 수는 있지만 아직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황씨는 지난 15일 오후 인천에서 미국 LA행 항공기 비즈니스석에 탑승해 기내식으로 나온 "밥이 설익었다"며 기내식을 문제삼고 "라면을 끓여오라"고 한 뒤 라면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며 들고 있던 잡지를 접어 승무원의 얼굴을 폭행했고 기내 승무원은 미국 사법당국에 신고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황씨에게 구속상태로 조사를 받던지 그대로 돌아가던 지 하라며 입국을 불허했다.

한편 이날 포스코에너지 홈페이지는 누리꾼들의 접속 폭주로 온종일 마비상태였다.

온라인에서는 황씨가 기내에서 라면 등을 문제삼다 폭행한 것을 빗대어 일부 라면 제품을 '포스코라면'이라는 이름으로 바꿔놓고 "기내식의 황제가 적극 추천합니라'라는 문구를 넣은 패러디가 홍수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