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형 기초보장제, 어르신 동행서비스로 대표되는 박원순표 복지서비스 시책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으로 과중한 업무부담과 공무원 자살, 서비스의 질 저하만 가져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형 복지시책으로 제시했던 대표 복지브랜드 시책을 발전시키기 위해 서울시 25개 사회복지담당 공무원들과 9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박원순 시장은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해 더욱 발전시키자는 취지로 마련해 칭찬을 기대했지만 예상밖으로 보물처럼 터져나온 현장공무원들의 성토를 고스란히 들어야했다. 

사회단체 활동 등을 통해 복지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전문가적 식견으로 복지시책을 내놨지만 이날 만큼은 현장과 크게 동떨어진 시책이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서울형기초생활보장제 등 서울시가 각종 복지시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으로 일선 복지담당 공무원의 업무부담과 스트레스만 가중되면서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9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25개구청 사회복지담당 공무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는 서울시의 복지시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일선 공무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시가 마련한 서울시장과 사회복지사의 만남의 시간 장면

이날 자리에서는 "복지업무를 처리 속도로 평가하는 '스피드 지수' 때문에 스트레스가 2중3중으로 쌓인다. 복지서비스는 정확한 조사를 통해 맞춤형으로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니냐" "'서울형 기초생활보장제'를 실시할 때 대상자 발굴 실적에 따라 구별 인센티브를 준다고 해 벌써부터 경쟁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얘기가 이어졌다.

사회복지담당 공무원들과 직접 마주앉아 의견을 나누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는 취지에서 마련됐지만 행사를 준비한 서울시청 관련부서 직원들은 진땀을 흘리며 적잖이 당황해했다. 

담당 공무원들은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며 겪은 불합리한 사항을 나열하고 시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주로 인력 부족, 승진 차별, 현장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사업 지시 등이 지적됐다.
과중한 업무로 자살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동료들의 사연을 얘기할 때는 사회복지담당 공무원들이 얼마나 힘든 지를 박 시장에게 전달하고 했지만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장면도 나왔다.

강남구 일원1동 주민센터에서 복지팀장을 맡고 있는 목영자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서울회장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간 서울에서 사회복지직 신규 채용이 391명, 행정직을 재배치한 인력이 157명 등 총 548명이 늘었다고 하는데, 시 전체 동주민센터가 449개이므로 1곳당 충원된 인원은 1.22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복지서비스를 강화한다고 발표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승진 차별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25개 자치구의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총 1756명이지만 5급 사무관은 3명(광진·노원·강서구 각 1명)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이들은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의 숫자만 늘릴 게 아니라 팀장·과장급으로 승진시켜 복지행정 전문성을 높이고 팀원 업무 부담이 실질적으로 줄어들도록 해야 양질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 자체 사업인 '서울형 기초생활보장제'와 '어르신 동행서비스'도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사업 추진으로 여지없이 비판을 받는 신세가 됐다.

서울형 기초생활보장제는 자치구 인센티브 사업으로 선정돼 업무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60세 이상 어르신의 공공일자리로 만든 동행서비스는 현장 인력 부족으로 고용된 어르신을 관리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박원순 시장도 그동안 수많은 소통을 한다고 했지만 사회복지서비스에서는 아마추어에 불과했던 셈이다.

박원순 시장은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이 '살인적 업무'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앞서 자살하신 분들의 죽음이 타살이나 다름없다고 해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향후 사회복지업무 직무 분석을 통한 인사 가이드라인 마련, 힐링 프로그램·온라인 소통창구 신설, 마을공동체 등 민관협의체를 활용한 업무 절감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