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최근 잇따른 실패에 대해 사과했다.

청와대는 30일 허태열 비서실장 명의로 최근 잇단 고위공직자의 중도낙마 등 인사검증 실패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인사시스템 개선을 약속했다.

허 실장은 이날 사과문을 빌표하고 "새정부 인사와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 인사위원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인사 검증 체계를 강화하여서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며 말했다.

전날까지 '인사실패 사과 없다'더니 = 이번 사과는 그동안 박 대통령이 임명 또는 내정한 고위공직자가 각종 의혹과 비리로 줄줄이 낙마하면서 비판여론이 고조된데 따른 것이다.

비서실장 명의로 했지만 박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고위공직자 중도낙마자만 6명에 이른다.

김용준 전 국무총리 내정자를 시작으로 최근 한만수 전 공정위원장 내정자까지 박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내정한 고위공무원들이 각종 의혹으로 하차했다.

청와대는 비판여론이 고조됐지만 전날까지도 사과계획은 없이 버티고 넘어가려는 모습이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사과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인사실패에 대한 대통령 사과계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없다"고 분명히했다.

"진짜 없냐"는 질문에도 "없으니까 없다고 하는 것"이라며 사과나 책임자 문책 등이 없을 것임을 공식화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추후에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수정해가면 될 문제"라며 "무슨 일이 생길때마다 대통령이 사과를 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선을 그었다.

사과없다에서 송구하다 급선회 이유는? = 인사실패에 대해 사과 한마디 않고 은근슬쩍 넘어갈 경우 비판여론이 더욱 거세져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부담에서 사과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박 대통령은 "일희일비하지 말라"며 내부 단도리에 들어가는 등 사과나 책임자 문책 보다는 현 상황을 정면돌파할 계획이었지만 측근들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오후로 예정된 고위 당정청 워크숍에서 최근의 인사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집중 제기될 것이란 예상도 전격적인 사과 발표의 배경으로 보인다.

그동안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책임자 문책과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이날 워크숍에서 인사실패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제기가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주류는 물론이고 정권재창출의 1등 공신인 친박계조차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당내 반발기류가 점차 거세진 것도 청와대로서는 큰 부담이 됐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