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 기본과 원칙에 근거한 고객중심의 업무확립, 모든 고객을 차별없이 평등하고 공정하게 대해야 한다". 지난 달 1일 민병덕 은행장이 금융회사 중심의 영업행태에서 탈피, 고객과 상생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 제정한 '금융소비자보호헌장 선포식'에서 강조하고 전 지점에서 지점장이 직접 고객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이같은 말이 무색하게 일선의 한 지점에서 부지점장이 고객명의로 대출을 받아 줄행랑친 일이 발생했다. 

22일 청와대와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모(여)씨는 지난 3월14일 국민은행 부지점장을 지낸 K모씨가 서울 신촌 이대입구 지점 부지점장으로 근무하면서 자신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 써 피해를 입었다고 청와대에 진정했다.

이씨는 국민은행측이 책임을 지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에게 돈을 물어내라고 윽박지르며 독촉하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진정서에 따르면 K모 전 부지점장이 몰래 이씨의 서명을 위조 날인해 신규계좌를 개설하고 개설된 구좌로 대출을 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이씨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K씨의 연락을 받고서야 대출사고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이씨는 "1년 대출기한 만기가 다가올 즈음, K 전 부지점장으로부터 대출기한을 연기해달라는 부탁을 받고서야 피해사실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K씨가 "대출기한을 연장해주지 않을 경우 K씨가 대출금액을 당장 갚을 능력이 없어 통장 명의자인 이씨가 신용불량자가 될수도 있다. 곧 퇴사 예정인데 대출금은 퇴직금을 받아 즉시 정산해 주겠다고 구두상의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신에게 신용상의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치않아 울며겨자먹기로 연장서류에 서명을 해줬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터졌다.
 
몇달후 K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대출금을 정산해주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채 잠적해 버렸다는 것.

대출 연장기간이 만기가 다가오자 KB국민은행은 이씨에게 대출금을 갚으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씨는 "내 명의로 발급된 통장을 본적도 없으며, 그 통장에 입금되었다는 돈 또한 알지도, 보지도 못했고 너무 억울해 국민은행측에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은행측에서는 이씨에게 대출금을 갚을 것을 독촉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은행 측은 이미 퇴사한 직원이란 핑계를 대며 직원관리 소홀로 인한 불법대출건에 대한 책임에 대해선 모르는 척 무마하려 하고 있다"며 "대출기한 연장서에 서명을 해준 나에게만 잘못을 추궁하고 있다"고 억울해했다.

그는 "국민의 믿음처인 은행에서 내부 부조리로 인한 불법대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도대체 말이 되느냐"며 "다시는 제2의 피해자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조취가 필요하다"고 진정서를 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은행 측은 서류상으로 이씨가 대출자로 돼있고 대출을 연장해준 것은 본인의 잘못이지 누구를 탓할 수 없다며 이씨에게 대출금을 갚을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대출금 피해 규모는 금융거래정보 보호법상 공개할 수 없다며 대출금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한편 KB국민은행은 지난 2월 1일 서울 여의도본점 강당에서 `금융소비자보호헌장`을 선포했다. 

민병덕 은행장은 "금융소비자보호 기본과 원칙에 근거한 고객중심의 업무확립, 모든 고객을 차별없이 평등하고 공정하게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은 매월 21일을 `KB금융소비자의 날`로 지정, 영업현장을 중심으로 지점장이 직접 고객의 애로 및 건의사항을 청취하고 이를 경영진에 보고하는 등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행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