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외국인 조종사를 채용해 고용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고도 추가로 외국인조종사를 대거 채용하기로 논란이 일고 있다. 또 단체협약에서 안전운항을 위한 '운항(시간)제한)' 규정을 위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와 항공사간 경쟁심화로 경영효율을 강조하면서 장시간 비행 등 근로조건이 악화로 '자살' 등의 극단적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노사갈등의 불씨는 안전운항을 위협해 궁극에는 승객들의 안전까지 불안하게 하는 잠재적 위험요소가 될 것이란 우려다.  최근 대한항공이 겪고 있는 갈등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1.외국인 조종사 채용

대한항공이 조종사 수급 방안으로 외국인 조종사를 채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 조종사 채용규모를 늘리면서 일본에서 경영악화로 구조조정을 실시한 항공사와 제휴해 대규모로 조종사를 채용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외국인 조종사 채용인원을 늘리면서 조종사노조와 회사간 불법파견 논란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외국인조종자 불법파견 문제가 노사갈등의 불씨가 된 것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7기 위원장 김종오)에 따르면 외국인조종사 채용은 2003년부터 시작됐다. 채용방식은 '근로자 파견업체'를 통했다. '불법파견'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2011년 말부터.

외국인조종사를 늘려오던 사측은 2011년부터 아예 일본의 국영항공 '일본항공(JAL)'에서 아예 집단으로 채용했다.

파견업체를 통하지도 않고 아예 '회사 대 회사' 차원으로 진행됐다. JAL이 2010년 경영악화로 파산보호(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임직원의 30%를 줄이면서 조종인력이 쏟아지자 그 틈을 이용한 것이다.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대한항공 소속 외국인 조종사는 전체 조종사 수의 25%를 넘는다. 2011년 1월말 기준으로 외국인 기장은 전체 기장 1,262명 중 335명으로 26.5%에 달했다.

외국인조종사는 현재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초기에는 외국인조종사 채용과 관련된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2006년 근로자파견법  개정으로 외국인 조종사 근로자파견법에 위반된다. 

이에 조종사노조는 파견법 위반이라며 2009년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고 2010년 12월에는 고용노동부에 고소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수차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2010년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상희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에서 "외국인 조종사 수입 채용은 국내의 근로자파견법상 불법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또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방노동청은 2011년 8월31일에는 "대한항공이 불법파견 외국인조종사를 채용했다"며 '근로자파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은 불법으로 판명된 외국인 조종사 고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물론 채용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회사측은 올해 중으로 일본항공(JAL) 조종사 7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사측이 채용을 강행할 경우, 방만운영으로 인한 경영부실로 3,600여명의 조종사중 900여명을 정리해고한 것을 구원하는 셈이다.

대한항공조종사노조는 지난 1월 사측의 '단체협약 위반'을 규탄하며 외국인조종사 수입을 중단하라는 규탄성명을 냈다.

대한항공 노동조합 단체교섭협정서 제 40조는 "외국인 조종사 수급계획 수립시 노동조합과 사전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01년 6월 당시 심이택 대한항공 사장은 외국인 조종사 인력운영에 대해 약속이행서를 작성하고 외국인 조종사 수는 2001년 12월 31일 기준으로 동결하고 매년 점진적으로 감축하도록 하되, 2007년 12월 31일까지 그 수의 25-30%을 줄인다고 서약했다.

그러나 실태를 보면 협약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17.5%에서 2004년 12.7%로 줄었다가 2010년 19%로 늘어나 20911년 1월 말에는 기장 26.5%(내국인 927명 외국인 335명), 부기장(내국인 1146명, 외국인 59명)은 4.9%로 늘었다.

조종사 노조는 "노사간 합의로 탄생한 소중한 약속인 단체협약을 어기는 파렴치한 행동"이라며 "회사측이 계속 일방적인 행동을 계속한다면 노조 스스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며 실력행사 가능성도 내비쳤다.

조종사노조는 지난해 1월 6일 고용노동부와 검찰, 국민신문고, 국토해양부에 회사의 불법사항 고발과 행정조치, 형사처벌 등을 요구하는 적극적 민원제기 운동을 하도록 지시했다.  

조종사노조는 아시아나항공과 공항공사 노조 등과 연대해 대규모 시위와 함께 초과운행시간 거부 운동 등 강력한 투쟁을 를 준비중으로 알려졌다.

◆ 왜 불법자행되나 ? = 조종사 양성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외부에서 불법파견이나 조종사 스카웃 등에 의존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한때 운영했던 사내 양성프로그램을 통한 조종사 수급은 거의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돼 제대로 이용되지 않고 있다.

대신 대한항공은 모자라는 조종사를 공군에서 대부분 채용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국민세금으로 양성해놓은 공군 조종사를 민간기업이 빼간다며 질타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저가항공사들이 대거 등장하고 중국 민항사들의 한국 시장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후생복지가 좋은 중국 항공사로 조종사가 이직하는 상황도 잦아지고 있다.

이렇게 조종사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항공사간 조종사 빼가기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는 에어부산이 대한항공을 상대로 조종사를 빼간다며 반발하며 청와대와 국토해양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고발하기도 했다.

이런 사정 외에도 가장 큰 이유는 조종사노조를 견제하는 한편 노무관리에 편하다는 점도 불법파견을 선호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불법파견 제제 느슨 처벌지연 배짱 채용 조장 = 조종사노조는 당국에 불법파견을 고소했지만 수사당국은 1년 이상 기소를 미룬 채 처벌하지 않고 있다. 

특히 무엇보다 노사갈등 사안에 대해 정부당국이 소극적이고 시간끌기로 불법사항을 일삼는 기업에 대해 느슨한 제제와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조종사노조는 파견법 위반이라며 2009년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지만 아직까지 시정되지 않고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2010년 2월 국회 답변에서 "외국인 조종사 수입 채용은 국내의 근로자파견법상 불법에 해당된다"고 규정하고도 조종사노조가 그해 12월 회사를 고소했지만 노동부는 8개월이나 지나서야 불법파견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주무부처도 시간을 끌었지만 검찰은 아직도 사건을 기소하지 않고 처벌을 미루고 있다.

조종사노조는 신속한 기소를 요구하며 검찰의 봐주기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대한항공은 외국인조종사로 눈을 돌리고 있고 외국인조종사채용을 더 선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외국인채용은 국내 조종사 인사적체, 고용창출 역행 = 외국인 조종사 불법파견은 국내 조종사들의 기장승격 등 기간이 길어지면서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노조는 지적한다.

조종사노조는 부기장 발령일 이후 5년 비행시간 4천시간, 이착륙 경험 350회 요건을 갖춘 부기장이 500여명에 이르고 있지만 기장 승격은 과거 5~6년에 비해 두배인 10년 넘게 걸린다고 주장했다.

또 1,000시간 경력을 가진 자원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어야한다는 게 노조의 지적이다.

조종사 노조는 "대한항공에 재직 중인 많은 기장과 부기장들이 300시간 내외로 자체 양성기관을 통해 입사해 훌륭하게 기장 또는 부기장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젊은 조종사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일할 기회를 줘야한다고 말했다.

현재 조종사 인력 양성을 하고 있는 곳은 한국항공대와 한서대, 울진비행훈련원, 외국항공대 등이 있다.

조종사노조는 "회사가 불법을 저지르면서 조종사들에게 법과 규정을 지키라하면 말이 되느냐, 조종사가 법을 안지키면 승객의 안전은 누가 지키겠느냐"며 "회사가 불법을 자행할 때 안전비행과 대한항공에 대한 믿음은 지켜질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조종사를 꿈꾸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어가 고용창출 역행이란 지적도 받고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근로자파견법을 고액 임금을 받는 외국인 조종사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조종사 인력 수급에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는 항공 산업의 현실을 도외시한 무리한 법 해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